12.03일 황홀한 사자평, 재약산 수미봉
코스 : 배내골-영남알프스산장-사자평-재약산-사자평 주막집
사지평-영남알프스산장(소요 : 5시간)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고 차가운 한파까지 몰아치는
12.03일, 오랫만에 겨울다운 날씨가 길 떠나는 나를
콧물이 나오도록 매섭게 반겨준다.
겨울맛의 진미는 추워야 제맛인가 보다.
사전 기약도 기별도, 공지도 없이 그냥 산으로 향했다.
무려 9명의 소중한 악우들이 참가한 가운데 24번째
근교산행의 서막은 그렇게 동장군과 함께 막이 올랐다.
어느 산으로 갈 것인가?
나그네 발길은 은연중에 사자평으로 향했고 두 대의
차량에 분승한 악우들은 가장 좋은 기분을 공유했다.
그랜져급 승용차에는 연신 어깨춤 이는 음악이
흐르고 악우들은 경쾌한 무아의 시간을 즐긴다.
음율에 연신 엉덩이가 역동적이고 들뜬 기분으로 본
먼 가지산 정상의 설화의 모습이 순백으로 보인다.
인적이 드문 배내골을 지나 영남알프스산장에서 부터
가파른 길을 오르자 영하의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초행길인 듯한 버스가 고갯길을 못올라 헤매고
간만에 맞은 겨울산은 모든것을 비우고 그 아픈
상처를 달래고 있었다.
차디찬 찬서리와 찬바람을 맞은 나무들이 얼어 붙고,
햇살 맞으며 가파르고 스릴이 이는 산을 오른다.
여성악우의 힘겨운 역주를 지켜보고, 온 몸에
땀을 적시며 어머니 무릎을 기어 오르듯 산을 올랐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길 탓인지 인적이 없다.
이른 아침 09시 50분.
신이난 꾼들은 배내골 영남알프스산장 위를 돌아서
햇살 역광으로 비춰지는 산길을 따라 출발을 했다.
한참이나 가파른 길이고 숲이 우거진 환상의 코스다.
언양에서 친구들을 만나 밤을 샌 우수호 가이드가 걱정
이고 신출내기 여성악우가 걱정이지만 금새 따라 온다.
두어번의 휴식시간 마다 간식이 즐비하고
저마다 추위에 아량곳 하지 않고 걷는데 열중했다.
가냘픈 참나무 숲속에서 일어서는 바람소리 세차다.
잎을 떨군 나무가지 사이로 바람은 거침이 없다.
울산에 살면서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두루 정복을 하고픈 욕구가 밀려 온다.
무상의 여가, 산행이 주는 기쁨은 혼자이어서는 안된다.
함께 걷는 동행자가 있음으로 우린 나눔의 시간을
즐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이 걷는 이 길이 행복의 길이길 기원해 본다.
여유가 만만한 노각하와 들풀의 발걸음이 가볍고
간만에 찾은 동선친구의 몸도 제법이다.
1시간 20여분 만에 사자평이 내려다 보이는 고개에
당도해 황홀한 풍광에 시샘을 했다.
늪지대를 중심으로 억새무리가 바람에 서걱이고
차가운 바람이 한바탕 매운맛을 보여주고 저만치 간다.
9명의 악우들이 외치는 환희의 함성이 승천하는
사자평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사각진 카메라에 담는다.
깡마른 억새사이로 우는 바람소리
흔들리며 씩씩한 풀잎 서걱이는 소리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던저주고 간다.
겨울은 무법천지로 날뛰며 모든것을 뭉갰다.
산림도로를 끼고 고사리 분교 근방으로 돌아 오르는
재약산 수리봉의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저 아래 표충사가 보이고 계곡의 훤한 모습이 구성지다.
파헤쳐진 산림도로 때문에 건너편 신불산의 모습이
흉물스럽게 보이고 힘차게 솟구친 산봉우리마다
우렁찬 기상이 살아 숨쉬는 영남알프스의 멋이
그리움 같이 밀려오는 재약산 수미봉에 섰다.
아름다운 산, 재약산 정상에 섰다.
칼바람에 디카가 얼어 사진찍기도 불편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 올 무렵 추위를 피해
주암계곡 방면으로 하산을 했다.
바람소리 요란한 주막에 둘러 앉아 막걸리를 마신다.
동근군의 술솜씨<?>가 오랫만에 발휘되었고
저마다 놀랐지만 정작 본인은 고통을 토로한다.
따가운 라면에 점심식사까지 마무리를 했다.
일어서는 사자평에 강력한 한파가 몰아친다.
얼음이 꽁꽁언 수도 꼭지가 한파의 위력을 말해준다.
주암계곡 방면으로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오는
헤프닝을 연출하며 길고 평온한 사자평을 가로 질렀다.
도룡룡이 사는 늪지대를 지나 다시 그 고개마루에 섰다.
감회의 모습으로 오늘 하루를 스케치 해 본다.
하산길은 놀랄만큼 가파르고 스릴하다.
정신력으로 올랐던 우리들의 등산력이 놀랍다.
동선이는 웃기고 미숙이는 노래하고, 들풀은 춤며
웃음과 폭소속에서 우리들의 하산은 그렇게 시작했다.
왔던길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배내골 제일 큰 마을로 돌아 왔다.
언 감이 달려 있고 수난을 당하고 있는 개 울음소리
가 이천마을을 한 바뀌 돌아 메아리로 다가 온다.
추위 탓인지 차안에 앉자 잠이 쏟아진다.
어렵사리 차량을 제공해준 고동선 악우와 위희만
가이드에게 너무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송년회는 아니지만 시내 모처의 작은 횟집에서
길이 빛이 날 송년 하산주를 했다.
우정으로 만난 산행의 시간이 지속되길 기약하며
저마다 기쁜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 갔다.
갑자기 간 산행에 참여해준 악우들에게
깊은 우의를 선사한다. 고맙다.
다음 번 근교 산행은 재약산 부근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