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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3.26일 잠자는 환상의 바다, 여수 금오산 향일암에서

在綠 2021. 2. 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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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코스 : 율림 주차장-금오산-향일암-향일암 주차장(3시간 소요)

 

 

 

등산을 가는 날은 평소보다 매우 바쁘게 시간이 흘러 간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필수품을 챙기고 등산 차림도 단장하느라

기웃거리다 보면 촉박 한 시간이 닥치기 마련이다.

준비성의 부족을 반성하며 부랴부랴 도착해 안도의 숨을 쉰다.

이번도 신복로터리 까지 가서 타는 촌극을 벌였다.

일기 예보를 접했지만 걱정을 몰고 오는 비가 내린다.

가랑비 수준이지만 남쪽으로 이동 할 수록 빗줄기가 거세진다.

괜스레 마음이 무겁고 비가 오는 탓인지 기분도 뒤숭하다.

이러한 감정은 드문데 무슨 갱년기 증상 같다는 느낌이다.

 

 

 

최근에 염색을 했던 내 머리카락을 자연색으로 복원했는데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거드는

바람에 싱거운 촌극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두다 좋게 봐주세요. ㅎㅎㅎㅎ

좋은 취지여서 웃으며 넘어 가지만 머리 결도 좋고 탈모도 적다.

나의 원초적인 모습을 사랑한다고 변명을 하고 싶다.

염색의 부작용을 벗어 났노라고 말하고 싶다.

초로의 나이고 백발에 대한 선입관을 바꾸니 그냥 편안하다.

 

 

 

남도에 가까이 내달리자 세상의 풍경이 여유롭게 다가 온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산과 평야가 있기 때문 일것이다.

기억들이 철거 된 호남의 벌판에 시시한 봄바람이 분다.

뭉텅이 바람이 추위를 내몰고 봄이 발아 하기 시작하나 보다.

동석을 한 오미옥 악우가 준비 해온 식음이 감칠맛이다.

음료며 과일이며 준비 해온 정성이 대단하고 맛있다.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한다. 심성 좋은 악우님.

 

 

 

11시경 이순신 대교를 가로질러 여수 돌산 읍에 당도했다.

울산서 나먼 길을 달려 온 것이다.

여수는 먼저 잠자는 바다로 아름다운 모습을 띠고 다가 왔다.

바쁘게 운직이는 모습이 아닌 여유가 보이는 도시였다.

굴뚝에 연기가 나는 화학발전소와 석유공단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무한이 온 탓인가 오던 비가 멈추고 햇살이 났다.

이순신 대교의 아름답고 웅비한 모습처럼 기분도 살아 난다.

 

 

 

층층으로 보이는 바위산과 희미한 색채의 물빛 바다.

매운 김양식장과 유유자적 느리게 움직이는 배들이

하얀 푯말을 길게 일으키며 바다를 가로 지른다.

아직도 잠들어 있는 여수 바다는 잠잠하고 부옇게 보인다.

그 바다가 아름다운 풍경이 감흥을 일으킨다.

색채가 있는 어촌마을과 아담한 포구 그리고 김 양식 바다.

회복을 위한 여정의 시간이 잠시나마 나를 위무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머물며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모든것을 뱉어

버리고 싶은 욕구가 일기 시작 할 만큼 평화가 나를 유인한다.

 

 

 

이름모를 나무는 나이테 갈피로 녹음된 소리를 내고

나무는 바다 바람 울음 소리로 우는 모습을 보았다.

투명한 바위 그림자를 밟고 산을 오른다.

당초 긴 6시간 산행코스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어제

동창생들과 경주에 골프 놀이를 갔다가 신나게 놀다보니

과음과 피로가 나를 괴롭혀 절반의 산행코스를 택했다.

 

 

 

금오산 오르기 전 율림 주차장에서 들 머리를 잡았다.

냉이 몇개가 오와 열을 맞춘 시금치 사이로 새치기를

하는 바닷가 길섶에 봄이 발아하기 시작했다.

죽음이 다녀간 흔적이 뚜렷이 남은 나무를 바라보며,

돈아한 그리움을 새기며 호방한 멋을 즐기며 산을 오른다.

한 줄기 땁방울이 얼굴을 강타 하고 바람에 씻겨 간다.

나지막한 산이라 깔 봤다가 혼 줄이 난 셈이다.

금오산에 올라 조망한 다도해의 모습이 시시콜콜하게

얽힌 내 기분을 깨끗이 씻어 내려 준다.

 

 

 

남도의 아름다운 바다 위의 산정 평평한 곳에 둘러 앉아

점심 식사를 했다. 여느 때와 같지만 포식을 했다.

이렇게 식사를 하려고 등산을 같이 온다는 느낌을

받으며 아래 배가 둥글게 식사를 해 열량을 채운다.

향일암 고갯길을 오르며 그 풍성한 뱃속의 음식물을

소화시켜야 했는데 힘이 들고 고통이 뒤따른다.

거북이 등을 닮은 문양이 향일암 곳곳에 그림을 그려

놓은 듯이 보이고 산아래 바다와 마을 풍경이 감탄을 준다.

 

 

 

많은 상춘객들이 향일암을 빼곡이 찾아와 붐빈다.

원효대사가 좌선을 했던 바위도 보이고 바윗산 중턱에

아름다운 동양화 같은 향일암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제법 긴 바위 굴을 지나 관음전에 들러 나를 관조 해 본다.

환상적인 일출의 광경을 연상 할 수 있는 절 집이 그렇고

바위가 연출하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절 곳곳을 둘러 보고 구원의 기도도 했다.

 

 

 

갓김치와 말린 각종 바다 해산물을 파는 골목을 지나

주차장까지 걸으며 달래와 쑥이 춤추는 밭을 지났다.

하산 주를 나누며 같이 한 악우들과 인연을 나누었다.

버스가 출발 하려 하자 다시 비가 내린다.

무한이 가는 곳에는 비가 멈춘다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울산까지 오는데 비는 계속 내리고 막힘없이 달려

이른 시간에 울산에 도착했다.

봄이라 하산주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 했는데 수고가

너무 많은 여성 악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엄마따라 산행을 온 이영숙 산우의 공주랑 향일암

추억의 사진을 한 컷 남기며 향훈하고 올망졸망 했던

하루의 추억을 역사로 남긴다.

바다가 불러주는 에너지를 가득 가슴에 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재미있는 삶을 영위 하고 싶다.

여행은 긴 여운과 멋이 함께 해야 제맛이다.

여수 금오산 향일암이 그런 운치를 준 여행이었다.

상큼한 갓김치 한 봉지 들고 집으로 향한다.

노고가 많은 임원들에게 격려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