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4.09일 바위 예술의 극치 가야산 만물상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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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 상주 백운동-서성재-칠불봉1433m-상왕봉1430m-서성재-만물상-백운동(약9.6km 6시간 소요) 매월 2주와 4주 일요일이 오면 무한산악회 악우들은 무슨 약속이라도 했듯이 자발적으로 산악회가 주관하는 산행에 참가를 한다. 아무런 이유도, 아무런 이권도, 아무런 욕심도 없이 그냥 산이 좋아, 사람이 좋아 누가 뭐라고 할것 없이 참가를 한다. 취미로 시작해 함께 하는 인화로 이어지는 묘미가 있는 곳이기에 산행하는 날이 기다려 진다. 그것이 1995년 이후 23년간 이어오고 있는 역사의 주제다. 오늘 무려 751차 산행이 시작 되었다. 긴 역사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그들은 빗방울이 떨어져도 까짓꺼 하고 걱정을 하지 않는다. 대자연의 섭리에 익숙하고 순응을 익힌 결과다. 인화가 잘되어 있고 전통적으로 임원진의 리더력이 우수하다. 자발적인 참여와 단체를 도와 주려는 마음들이 동기부여를 한 듯 강해 긴 세월 산악회를 존속시켜 오고 있다고 생각 한다. 건천을 지나고 농공단지를 가로질러 경북 성주의 백운동에 버스가 정차를 하자 안개가 앞을 가로 막아 선다.
시골풍의 풍광이 있는 국립공원 가야산의 시작 지점이다. 주차장 담벼락에 우리들의 영원한 심금을 울리는 할미꽃 한 가족이 오붓하게 봄 햇살응 쪼이고 있었다. 오래 된 기억에서 사라진 할머니가 떠오른다. 마냥 할머니가 그리움으로 다가 온다. 계곡을 타고 서성재까지 오르며 본격적인 봄의 향연이 무대를 장식하고 있는 긴 계곡을 지나며 봄여운을 만끽했다. 길섭에서 살아 나는 나무들의 초록빛 새순이 영검을 자아낸다. 계곡은 무한한 생산력을 지니고 있는 보고였다.
흐르는 물과 생명을 잉태 하는 나무와 숲이 있는 곳이기에 편안하다. 원래 구석진 곳이 평온해 보이는 법이다. 사각진 방에도 구석진곳이 편온하고 골목길도 어쓱한 곳이 민낯을 가려 주기때문에 편온한 곳이다. 구석진 솟이 많은 계곡을 거슬러 산행은 날개를 달았다. 겨울의 흔적이 가득했지만 혹한은 죽음의 흔적을 남가고 저만짗 물러나는 형국이다.
1시간 가량 제법 힘든 산행을 했다. 이수민 부회장과 마라톤식 오르기를 서성재까지 했더니 상당히 힘들고 온 몸에 땀으로 범벅이다. 이부회장 산행력도 대단했다. 서성대에는 안개비가 내리고 바람이 몰아 쳤다. 식사를 해야 했다. 여럿이 모여 먹는 점심은 늘 꿀맛이다. 비가 내리면 바위산인 칠불봉 상황봉이 걱정이 된다 안전산행을 기약하며 15여명이 채비를 하고 출발을 했다, 예상외로 무한이 가는 길인지 비는 그치고 그야말로 바윗길 등산은 걷기가 불편 했다. 서너 번 바위에서 미끄러 졌지만 순발력으로 안전을 유지했다. 물기를 머금은 바위는 엄청 미끄럽고 위험했다.
가파른 고개를 오르고 내려서기는 서너 차례 했다. 계단길이 많아 다리에 무리가 온다. 생명을 다한 고목이 황량한 산정을 지키며 쓸쓸하게 서있다. 죽음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나무가 끈질긴 자태로 강한 생명력의 실체를 보여 주고 있었다. 마지막 깔딱고개를 올라 칠불봉을 정복하고 우두봉(상황봉)을 오르며 험준한 오르기 산행에 성공을 했다.
안개가 휘감아 오는 산정상에는 세찬 바람이 분다. 하늘과 내통하는 마르지 않는다는 우물 우비정이 반겨준다. 내 그림자를 꺼꾸로 비추며 오묘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물을 바라보며 종교적인 신성함을 느꼈다. 신과의 대화를 하는 듯 세찬바람부는 그곳에서 노닐다 왔다. 다시 서성재로 하산하여 대부분 백운동으로 바로 하산하고 몇몇이서 만불상 방면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만불봉은 신선재에서 3km가 넘는 등산 길이다. 미끄러운 망사길이라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참으로 아름다운 바위가 만들어 낸 예술의 극치가 펼쳐진다. 숨을 허덕이며 열심히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 댄다. 아름다운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한 작은 바위 뭉치가 인상적으로 내 카메라에 담겼다. 볼수록 신기하고 심오하게 보인다.
눈길 주는 곳마다 예술이고 신의 손으로 빚은 극치다. 안개도 물러 나고 제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 실물을 보는 행운을 잡았고 말로 형용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 산행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오묘라고 신이 빚은 조각들이 산을 꽉매우고 곳곳에 서있다. 상아덤의 기묘한 암석의 모습은 환상을 불러 일으켰다.
몇년만에 다시 보는 명소지만 기력을 잃을 만큼 많은 감회와 멋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살면서 이런 행운과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참으로 기댜가 되는 내 삶을 이야기 할 수 있어 행복했다. 꿈을 꾸는 삶이요 오른자 만이 누릴 수 있는 기회 였다.
불현 듯이 내서니얼 호손의 동화에 나오는 큰 바위 얼굴이 생각 났다. 너그럽고 인자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 커다란 바위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날마다 그 바위를 바라보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자 갈구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는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어 있다고 여긴다. 마음속에 닮고 싶은 바위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그런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 준다고 한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 카메라에 쉼 없이 담았다. 손이 시려와도 온 몸에 땀이흐르고 가슴에는 감탄의 연속이다. 죄다 서성재에서 곧바로 하산을 한 탓에 아무도 없는 무대에서 무한대의 감상과 감동에 욕심 없이 놀이를 즐겼다. 오르고 내려서고 하며 장면이 바뀔때 마다 더한 바위예술이 눈에 띄어 걸음은 길어만 간다.
유치환의 시집 『생명의 서(書)』노랫말이 떠오른다. “내 죽으면 한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바위는 자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강하고 질긴 생명을 표상하는 상관물이다. 본래 인간은 정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희로애락에 젖는다. 작품의 화자 역시 여린 마음의 소유자인 듯 그 것 때문에 괴로움을 지닌 듯하다. 바위의 심상을 통하여 희로애락을 초월할 수 있는 강한 정신세계를 노래한 것이다.
긴 하산을 마치고 일행이 있느 곳에 당도하자 분위가가 즐겁고 재미가 있다. 잘 빚은 국수에 박경원 악우 처가에서 기부 했다는 두릅이 일품의 안주를 만들어 주었다. 악우들의 열정과 어울림이 돋보인 등산이 었다. 악천후 속에서도 자신감과 용기로 등산을 마무리 했다. 세상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장면을 원없이 탐닉한 가야산. 내 감흥은 오랫동안 만불봉에 머물러 있을거다. 대자연을 향유하고 즐길 줄 아는 무한인을 꿈꾸며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임원들의 노력에 격려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