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발간

배재록 첫 수필집 '내 기억 속 풍경화'

在綠 2021. 2. 7. 08:47

책소개

따뜻한 방바닥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옛이야기를 듣는 듯한 친밀감을 주는 배재록의 수필은 오늘의 고통을 잊게 하는 치료적 힘을 가지고 있어서 무엇보다도 좋다. 배재록의 수필 속으로 마음의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오늘의 삶을 다시 바라볼 용기가 샘솟을 것이다.

배재록은 과잉된 감정을 예리한 지성으로 절제하면서, 기존의 인식을 극복하고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수필가라 하겠다. 그는 수필 속에 참다운 자기 생활의 모습을 드러낸다. 참신한 생활 철학을 어떻게 구현하여 제시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추상적인 현실을 보다 심미적 가치를 지닌 삶의 실상으로 구현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배재록

저자 : 배재록
ㆍ경북 울진 태생
ㆍ현대중공업 부장 퇴직
ㆍ 2017년 「에세이문예」 신인상, 2018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로 등단을 했다.
ㆍ 울산문인협회, 울산수필가협회, 한국본격수필가협회, 울산사랑문학회, 곰솔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ㆍ 2017년 목포문학상 수필본상, 2018년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독도 문예대전·전국근로자 문화예술제, 2019년 달구벌 문예대전·독도 문예대전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작가의 말 _ 내 인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ㆍ4

제1부 내 기억 속 풍경화
내 기억 속 풍경화ㆍ16
고향ㆍ22
왕피천 용소ㆍ28
어머니표 농주ㆍ34
코뚜레를 씌우다ㆍ40
조상의 보호령을 느끼다ㆍ46
물곰국ㆍ52

제2부 현중인(現重人)으로 살면서
조국 근대화 기수ㆍ60
바다 냄새ㆍ66
담장에 대한 소고(小考)ㆍ72
직장의 신ㆍ78
산에서 만난 묘비ㆍ84
38년 현대중공업을 떠나며ㆍ90

제3부 울산에 살면서
울산에 살면서ㆍ96
호수 산책ㆍ102
범서 옛길을 걷다ㆍ106
귀향(歸鄕)ㆍ112
악극 갯마을ㆍ118
기다림에 대한 단상ㆍ124
숯불을 피우다ㆍ130

제4부 자세를 고쳐 잡다
한량이ㆍ139
칼을 갈다ㆍ145
지겟작대기ㆍ151
자세를 고쳐 잡다ㆍ157
나무 도마ㆍ163
노인과 개나리ㆍ169
불꽃ㆍ176
휘파람 노래ㆍ182
빗장을 열다ㆍ188

제5부 동행
동행ㆍ196
그림자ㆍ202
일본 회갑여행ㆍ208
과거 순례ㆍ214
비진도 유람ㆍ220
목포의 눈물ㆍ227
돌섬 독도ㆍ235
고교동기생 등산대회ㆍ241
신화를 만든 내 친구ㆍ247
내 친구ㆍ253

제6부 내 각시
내 각시(閣氏)ㆍ262
손녀와 할아버지ㆍ268
옥상 텃밭ㆍ274
향내를 맡다ㆍ280
부처님 오신 날에ㆍ286
전업주부가 되다ㆍ292

해설 _우리는 왜 ‘한량이’의 수필에 매료되는가ㆍ299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 문학언어치료학교수 권대근)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나무 도마는 칼날에 무수히 맞아 제멋대로의 빗금 모양의 상처가 낭자하다. 흉물처럼 보이는 몰골처럼 보인다. 나무 도마의 사명은 쉼 없이 칼날에 맞으면서도 칼을 보호하고 무사히 작업을 끝내야 하는 일이다. 칼날이 상하 운동을 하며 생선을 자르는 동안 나무 도마는 묵묵히 그 자리에서 매서운 칼날을 견뎌내고 있다. 우직하게 칼을 맞는 나무 도마가 장하다. 날 선 칼날이 도마의 몸을 가르듯이 오갈 때 두려워 모른 척 두 눈을 감았을지도 모른다. 칼날이 꽂혀 자국이 남아도 함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마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쓰다가 닳으면 버린다는 생각으로 마구 칼질을 해댄다. 불쌍한 도마는 누구 하나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다. 하찮아 보이는 나무 도마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마가 될 자격이 주어지는 나무는 특별히 모질게 살아가는 놈이라야 한다. 재질이 단단한 나무에 음식물이 끼이지 않는 느티나무가 많이 선택된다. 모질게 견뎌내는 도마 같은 사람이 많다. 도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릴 때 아버지는 옻칠 소나무로 도마를 만들었다. 통나무로 만든 도마라 나무의 결이 자연스럽게 살아 있고, 두드리면 청명하고 목탁처럼 맑은소리가 나고 가볍다. 세균 번식을 막아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많은 종류의 나무 중에서 문양, 색깔, 모양, 질감 등 도마의 모든 조건을 갖춘 느티나무를 따라올 나무는 없다. 토종 느티나무는 못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단단하고 질기며, 물기가 쉽게 제거되어 빠르게 건조되는 최상의 재료다. 칼자국이 잘 남지 않기 때문에 이물질이나 세균의 침투를 예방하고, 곰팡이도 잘 끼지 않으며 독성도 없다.

제대로 된 도마는 토종 느티나무로 죽은 고사목으로 만든다. 적어도 5년 이상 길게는 10년 동안 자연 건조를 거친다. 혹독한 건조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나무라야 도마로 만들어진 뒤에도 무수한 칼질을 버텨낼 수 있다. 자른 나무는 사포를 이용해 갈고 닦기를 반복하면 나뭇결이 선명해지고 모서리 곡선이 살아난다. 여기에 정통 방식으로 들기름을 바른다. 막이 생겨 불순물이 잘 묻지 않도록. 조직이 단단한 느티나무는 들기름을 머금고 고운 빛깔이 배로 살아난다. 죽었던 느티나무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다. 도마는 지내 온 세월과 함께 숱한 사연을 담고 있다. 도마는 조리를 위한 도구를 떠나 인생의 교과서로 의미심장한 물상이다.

‘나무 도마’ 중에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그리운 날의 풍경, 토포필리아

수필은 자아와 그리움을 찾아 나서는 작업이다. 현재는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과거를 잊고 현재에 묻힐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회상을 하는 가운데서 자신을 찾아 바로 세우는 일이 바로 수필적 생활이다. 포근하고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찬 의식의 산실이었던 유년기 속에 있는 흑백 사진처럼 아련히 남아있는 인정을 배재록은 오늘날의 건조한 풍요와 대비해 촉촉한 모습으로 구체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어 감동을 준다. 이것을 저것으로 치환하는 문학 원리가 수필의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에 그의 글은 문학적 성취도 빛난다. 대단한 필력이다. 다소 안정된 공간에서 배재록이 마주하는 수필적 공간은 유년의 애환을 담은 애련한 사진으로 인식된다. 하늘을 안고 들어온 햇살이 모인 과거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여러 특성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장소애, 바로 토포필리아라 하겠다. 그의 수필집 첫 작품은 책의 제목으로 쓰인 <내 기억 속 풍경화>다. 아주 적절한 배치라 하겠다.

온 세상이 달빛에 비치는 날이면 기억 속의 풍경은 그을음 솟는 호롱불처럼 깜빡거린다. 산이 높아 둥그렇게 내민 하늘은 끊임없이 다양한 그림을 그려낸다. 별빛이 꽃이 되어 지천으로 피면 거대한 대자연의 영화화면 같은 하늘은 풍부한 감성을 키우게 했다. 67km 산을 닦아 만든 물길을 우렁우렁 흐르는 왕피천은 내 유년의 큰 보고다. 내 눈을 뜨이게 하고 애인이 되어 유년의 나를 소환한다. 물빛 무희를 하면서 내 기억 속으로 다가온다. 긴 낚싯대를 물속에 던져 센 물살로 단련된 물고기를 건져내던 강태공. 가난했지만 물속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는 배고픔을 물리치게 한다. 물새 울던 왕피천 물줄기가 은빛 햇살로 반짝이며 향수를 곱씹게 한다. 입술이 새파랗게 되도록 자맥질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 <내 기억 속 풍경화>에서 -

배재록의 문학세계를 이루는 가장 두드러진 그림자 형상은 ‘왕피천’에 대한 짙은 그리움과 가시지 않을 짙은 향기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유년 시절의 추억은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유독 그에게는 강하다. 그러기에 왕피천은 그의 눈을 뜨이게 하고 애인이 되어 유년의 그를 소환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를 표현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그의 대다수 작품들은 과거 회고적 그리움으로 생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배재록이야말로 눈물의 습기를 통해 황홀한 기적을 만나는 작가다. 수필이 실존적 불안을 표현하든, 소시민적 생활의 애환을 그리든, 병든 사회에의 저항과 분노를 나타내든 간에, ‘문학성’ 속에 그 대상을 용해하고 있다는 점이 배재록 수필의 강점이다. ‘물새 울던 왕피천 물줄기가 은빛 햇살로 반짝이며 향수를 곱씹게 한다’라는 벼랑 같이 느껴질 정도의 미학적 사유가 녹아든 어구를 적재적소에 놓을 때까지 그는 감각의 촉...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