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리고 친구를 만나다
차박이 가능한 차로 바꾸었다.
첫 날 밤을 보낼 장소를 물색하다가 불현듯 고향 생각이 나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차로 내달렸다.
검푸른 동해는 여전히 춤을 추며 나를 반긴다.
수려한 불영계곡을 지나는데 한 번 더 나의 고향방문을 반긴다.
노고 깊은 박달재 숲속으로 차는 신이나 달린다.
연초록 나뭇잎이 기를 뿜어 몽환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얼마나 오랜만에 맛보는 환희인가.
40여분을 내달려 이남에서 가장 오지 마을 고향마을에 도착했다.
1년에 한 번씩은 성묘 때문에 오지만 감회는 그때마다 새롭다.
천혜의 왕피천이 흐르는 하늘아래 첫 동네 내 고향이 벅찬 감흥을 일으킨다.
다른 사람이 살고 있지만 아직도 그대로인 생가를 돌아보며 추억을 회상한다.
50년 전에 살았던 생가는 내 유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영원한 마음의 둥지요 내 서정의 보고인 왕피천에 차박을 준비했다.
깊은 계곡에서 약수 물이 흘러나오고 가로등이 있는 곳에 터를 잡았다.
힘 있게 들리는 물소리 바람소리가 옛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향친구 둘을 만났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우직하게 지키는 친구를 수십 년 만에
만난 것이다. 나잇살만큼 변해 버려 한 동안 알아보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구순을 넘긴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친구와
부모님을 여위고 4명 자녀의 보모가 된 친구가 만났다.
음식솜씨가 빼어난 친구 부인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만찬을 준비했다.
귀한 왕피천의 은어를 튀겨오고
향이 강한 우산나물, 두룹나물에 곶감까지 내 놓았다.
밤은 깊어가고 흥은 즉석 노래방으로 이어진다.
이 얼마나 만나고 싶었던 우정놀이 인가.
병풍처럼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어둠 속에서
좁게만 보이는 하늘은 유난히도 별이 많다.
불두칠성이 선명하게 보이는 차 안,
열린 선루프 사이로 비춰지는 우주의 파노라마.
차 안에 벌렁 누워 가장 아름다운 우주 쑈를 감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