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 운악산 산행기
38명의 악우들은 멀고먼 경기 가평의 운악산행을 강행을 했다.
먼거리라 1시간 이른 새벽 6시에 출발한 버스의 창밖으로
밤새내린 황토물이 곳곳에 흐르고 있었고, 잔뜩 흐린 세상은
폭풍전야의 침묵으로 무서운 태풍을 맞은 채비를 하고 있었다.
간간이 빗방울이 굵어져 안동을 기점으로 빗길을 달려,
6시간만에 군사도시 비가내리는 경기도 가평에 도착했다.
태풍이 근심이 되긴 했지만 천리 먼 길 찿아온 길이기에 비가
내려도 매표소에서 계곡을 따라 1km 지점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다행히 바람도 약하고 나무잎을 통과한 빗방울은 시원했다.
나뭇잎을 때리는 빗소리, 바람소리로 세상이 시끄러웠고
컨디션 난조로 산행을 포기하려다가 욕심으로 강행을 했는데
빗물과 땀으로 범벅이된 채 힘들게 산을 올라야 했다.
비옷을 입은 탓에 몸속의 땀과 몸밖의 빗물의 양이 비슷했다.
오르막 능선을 지나 정상에 가까워 올수록 강풍이 점차
불기 시작했지만 공단에서 철 손잡이를 바위에 잘 설치해
놓은 덕분에 순탄하게 등산은 시작되고 있었다.
철계단을 지나는 1시반 무렵에 한줄기 강풍이 휘몰아 친 뒤
그것으로 민들레의 위력은 끝났는지 잠잠해 졌다.
바야호로 운악산의 진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등산로 바로 아래 펼쳐지고 있는 깊은 협곡의 모습이 운악산이
왜 유명한지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저 미치도록 푸르른 숲과
이름모를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바위와 신록으로 오밀조밀하게 덮힌 골짜기의 모습이 멋났고,
신묘한 바위가 보여주는 멋은 예술품을 보는 것보다 값졌지만.
습기 탓에 디카가 몇 컷만 찍힌뒤 작동을 멈춰버렸다.
대신 눈길주는 곳마다 눈으로, 가슴으로, 온 몸으로 비경을
감상하며 중부의 5대악산에 속하는 운악산의 멋에 도취했다.
비행장을 낀 정상(2시간 소요)은 평범했고 산아래는 자욱한
안개가 신령스런 기운을 느끼도록 재주를 부리고 있었다.
감동으로 점철된 일행은 운악산 정상에서 무한3창을 외치며
힘찬 정상식을 거행 했다.
<산이 그기 있기에 산을 오른다>는 멀로니의 명언이 귓전에
맴돌기 시작하고, 운무 가득한 비경에 심취되어 할말을 잃었다.
등산을 포기하려 했는데 오르기를 백번 잘했다는 안도감으로
산마루에서 빗물을 반찬삼아 감동적인 점심식사를 한뒤
37명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채 서둘러 하산을 했다.
퍽 많이내린 비로 계곡물은 금새 세찬 소리로 흐르고 하류에
가까울 수록 황토물로 변모되어 그 위력을 더해 갔다.
현등사에 들러 경내를 구경한 뒤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제법 긴
1.5km 골짜기 길을 따라 걸으며 상념에 잠겼다.
마을 어귀 근방의 싸우나에 들러 개운하게 몸을 씻었다.
가평아가씨의 이름에 걸맞게 욕탕 주인의 인심이 친절했다.
<태풍을 피해 피난 온 울산 사람>이라 농담하는
가평의 아가씨의 눈웃음 처럼 운악산의 인상도 신선한
감동을 일으키게 했고 기쁜 하루의 보람을 갖게했다.
가평의 주막집에 모여 앉아 운치있는 하산주를 했다.
김학준 산행부대장이 찬조한 두치와 박광열 부회장이
쏜 막걸리로 맞은 하산주가 하루의 멋을 더했다.
도움을 주신 두 분께 감사의 사의를 전한다.
그렇게 겁만주던 민들레. 요란한 매스컴에 놀라
근심만 가득 키웠던 태풍이 멎은 세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다시 돌아 온 밤11시의 울산은 활기를
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