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일 책 한권 만큼의 감동 허굴산, 금성산 山行記
저마다 가슴에 설레임을 안고 장농속에 감춰둔
등산복을 꺼내 예복처럼 차려입고 집을나섰다.
짧고 빠른 세상을 사느라 잊고 있던 것들.
걷이를 마친 텅빈 벌판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힘들고 지친 날들을 인고 해 맺은 알곡을 죄다
나누어 주고 묵묵히 휴식으로 봄을 기다는
들녘의 조화에 경이를 표했다.
인생을 생각하면 허무하고 쓸쓸하지만 왠지
오늘은 기쁘고 설레이는 날이다. 그런
사는데 유독 고생이 많은 울산 사람들이
오늘은 순백의 산구절초를 바라보며
감탄으로 하루를 열었다.
가는 도중에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장 세트를
관람했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 지기까지의
생생한 조형물들이 추억처럼 세워져 있었다.
대형 기차의 모습이 새롭다.
세트장 입구에는 합천 토종 감과 옥수수,
막걸리를 파는 노인들의 목소리가 바빴다.
정해진 길을 따라 산속으로 힘겹게 걷는 발들.
생을 마감하고 아름답게 승화한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인생도 저울질 해보고, 허무도 느껴보고.
아름다운 황혼으로 지는 나뭇잎의 生을
부러운 눈길로 음미하며 힘주어 걸어 본다.
힘겹게 맺은 열매를 다 나누어 주고 남은
이파리에 이토록 아름다움을 남기는 자연,
마지막 남은 이파리까지 산으로 돌려
보내고 비움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었다.
오르고 힘에 부쳐 산아래 속세를 바라 본다.
가진것 죄다 내려놓고 휴식으로 돌아가는
저 들녘과 단풍을 보며 내 어깨에 짊어진
인생의 짐을 훌훌 털어 버리는 일이
어렵지많은 아닌것임을 깨달음 해 본다.
자연은 비움과 나눔의 참뜻을 가르켜 주었다.
잊고 있던 人生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우쳐 보지만
외마디 헛기침 소리내며 또다시 허굴산을 오른다.
짐승을 닮은 신묘한 바위가 길을 막는다.
역광의 눈부신 바위와 단풍의 모습은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산마루금을 지나며 오묘한 바위를 에워싸 듯
붉은 단풍의 아름다움에 시름을 잊고 환희의
쾌재를 불러야 했다.
느낌은 눈길 주는 곳마다 감탄사로 표출되고
기쁨은 충만된 감흥으로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혀를 차는 감동의 파노라마는 물결 처럼 이어지고
이제는 자연의 절경으로 흠뻑 빠쳐들고 말았다.
생각 나는 대로 생긴 오묘한 바위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며 위대해진 나를 발견한다.
자그마한 허굴산에 펼쳐진 바위와 단풍은
분명 신이 창조한 세상 마냥 신령스러웠다.
거대한 바위 덩이들 하나 하나에 어린 멋은
한 권의 책으로 담을 감탄사가 되리라.
그 감동의 무대에서 나눔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
오늘은 너무도 정겹고 순수하게만 보인다.
세 번을 왕복하면 장수 한다는 갈라진 용바위
위에 앉아 바라 본 세상은 사랑이다.
저멀리 지리산 천황봉이 보이고 황매산이
지척에서 위용스럽게 보인다.
잘 알려지지 않은 허굴산 산길은 험준했다.
무법으로 나무를 헤집고 다가선 길은 긴 꼬리를
물고 아무도 걸어 본 적이 없는 길이 되고있었다.
산은 불바다 처럼 단풍으로 덮혔다.
밤나무 단지가 무성하지만 밤은 벌레들의
밥이되어 뒹굴고 있고 창공은 푸른 눈물을
뚝뚝 흘리며 따가운 햇살로 빛나고 있었다.
청강사의 정경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가을 걷이를 마친 벌판 사이로 감나무와
배추가 조연으로 운치를 더해 주는 허굴산은
그렇게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하산이 끝날무렵 큰 암수 바위가 조화롭게
단풍숲에 묻혀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짧은 길이지만 너무도 환상적이었던 허굴산을
내려와 10여명은 바로 마주편 금성산을 올랐다.
험준한 나무숲을 헤치며 오른 산.
푸른 합천댐이 끝없이 푸른 호수를 이루고
오가는 배 한 척이 평화롭게 유영을 하고있었다.
바위와 호수와 단풍이 만들어낸 금성산 초대형
바위에 올라 바라본 산아래는 파노라마였다.
바위산은 운치가 있고 신령스러움이 풍긴다.
금성산 정상의 바위가 너무 아름답다.
세상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래를 펴고
감흥은 쉼없이 지속 되는 하루도 아쉽도록
어둠을 향해 돌진할 무렵 회무침에 소줏잔을
부딪히며 우린 축배를 했다.
감사의 축배, 기쁨의 축배, 만남의 축배였다.
방어진 회 안주를 찬조해준 김순희 총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울러 다음주 안주를 위해 10만원을
기탁 해준 장성호 부회장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꽃으로 평화로운 합천 고을이 부럽다.
일상으로 돌아가야될 운명을 안고 도망치 듯
울산으로 향했다.
합천댐 주변은 절정인 은행나무 단풍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다시 올 시간을 기약하며 하루의 태양이
서편으로 기울고 비워서 넉넉해진 허굴산의
가을은 더 많은 씨앗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산구절초 꽃이 피어 축복을 더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