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낙엽따라 걸어본 청도 남산 山行記

在綠 2006. 3. 23. 19:31

겨울 길목에 접어든 새볔 기온이 제법 차고

가족을 두고 홀로 집을 나선 내 기분도 겨울이다.

특별산행 중국탐방 길에 오른 악우들을 비롯

결혼식에다 묘사, 행사로 인하여 사상 유래 없는

21명의 악우들만 참가한 가운데 시작한 산행.

겹친격으로 운문사까지 어지러운 길 때문에

멀미까지 온다.

 

청도 가는 길에는 운문댐의 절경이 자리하고 있고

한때를 뽐냈던 화려한 옷을 벗어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운문계곡 곳곳에서 저마다의

몸매 자랑에 골짜기를 가득 서 메우고있다.

청도읍 소재지는 전형적인 농촌 답게

한가로운 여유가 넘쳐흐르는 모습을 하고있다.

산행은 시내에서 시작 본격적인 초입까 제법

걸었는데 도중에 청도 특유의 멋을 구경했다.

과수밭의 감들은 대부분 수확을 마친 가운데

까치밥 감이 외롭게 달려있기도 하고 한켠에는

아직 따지 않은 씨없는 감들이 빼곡이 나무에

남아 차가운 이슬을 이겨내고 있었다.

 

매년 정월에 열리는 청도의 유명한 행사인

소싸움에 출전하려는 훈련차 나들이 나온

우람한 소 한마리가 사납게 우리를 노려본다.

개 짖는 소리가 골짜기를 한 바뀌 돌고 나면

이내 정적이 감돌고 뜰엔 잘익은 산사과 나무가

천연빛 수채화로 운치를 더해준다.

<입산통제>란 글귀가 현수막에서 금방이라도

뛰쳐나와 협박을 할것 같더니만 산불감시

요원이 나타나 길을 막고 나선다.

어지간한 사정을 해도 쉽게 응해 줄것 같지않던

그 요원은 보이지 않은 빽(?)으로 밀어붙이자

마지못해 허락을 해준 탓에 한숨을 돌렸다.

빽(?)이 통하는 세상을 본듯해 찜찜하다.

준법을 무시한 우리가 잘못한 것은 분명한데

어찌했던 그분에게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긴 계곡길을 따라 걸는 산수가 초연하다. 

계곡 곳곳에 인간의 상혼이 남긴 먹거리가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초입부터 급격한 경사로 된 등산길을 오르느라

혼줄이 나며 거의 1시간 가까이 계속 올랐다.

길을 따라 이름모를 나무들이 떨군 가랑잎들이

길을 덮고 땅을 덮어 바람에 날리며 겨울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지친 한 여성 악우의 모습이

귀여움으로 다가오는 산오름이다.

발에 밟혀 미끄러운 낙옆을 유심히 바라본다.

온 몸에 상처 투성이다.

그 왕성하고 아름답던 잎새들이 모든것을

나누고 비워버린 이면에는 처절한 상처가

있었음을 말해 주는 듯하다. 인생의 상처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낙옆과 다르지 않으리.

황홀한 단풍만 볼게 아니라 그 뒷면에는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있다.

어쩌면 그렇게 가야할 운명.

모르긴 몰라도 내 삶의 뒤안길에는 잎새에난

상처를 닮은 곡절의 상처가 있었으리.

낙엽따라 길을 걸으며 사색에 젖어 본다.

땅위에서 뒹굴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 까지

낙엽은 가장 숭고한 삶을 살아감을 알았다.  

쉼호흡 인내하며 땀방울 훔치며 열성으로

산을 오른다.

내가 가야 할 인생역로의 길을 오른다.

어머니 무릎위를 오르는 기분으로 남산을 오르다

낙옆에 난 내 생의 상처를 음미하며 땀을 딲는다.

이국 멀리 중국 원가계에서 김익수 회장의

전화가 왔는데 여전한 산악회 사랑에 감동 했다.

산마루금에서 그 옛적 왕궁이 있었다는 청도읍

시내를 조명 해 본다. 소싸움장도 보이고 넓은

평야가 역사속의 이서국이 있음직 함을 풍긴다.

왕궁이 있는 산, 남산은 개성,경주,서울,청도 4곳

이서국 왕궁이 있었다는 870미터 남산을 오른다.

남산중 제일 높은 산답게 급경사 길이 이어진다.

산 정상에 나있는 자연 동굴에서 따뜻한 열기가

뿜어 나오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헬리콥터 비행기장을 지나자 정상.

정상은 평범했지만 산수 수려한 청도 고을의

정취가 한 눈에 들어 온다.

하산 길은 능선이다.

초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산능선에 불어 차갑다.

능선을 따라 기묘한 바위와 소나무와 억새가

역광을 받아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건너 편에 화악산이 웅비하고 붉게 물든 전나무

단풍이 한재미나리 밭과 어우려져 장관이다.

봉수대가 있다는 능선을 타고 걸음은 계속된다.

올 봄에 화학산 등반때 들러 포식을 했던 미나리

밭이 기울어 가는 햇살에 물결을 친다.

산 곳곳에 아주 먼 옛적 자취가 남아 있는

듯 하고 씨가 있는 나무를 옮겨 심어도 씨없는

감자가 열린다는 신비의 청도 화양,

유명한 한재 미나리, 복숭아 밭이 즐비 하고 있다.

하산길은 능선을 딸라 길게 이어져 거의 3시간

걸렸는데 낙옆을 밟으며 걷는 길이다.

이곳 산악회에서 정비를 잘해 놓은 탓에 길

찾기는 표지판 정리가 잘 되어있다.

그옛적 이름인 은왕봉을 지났나 보다.

나뭇잎이 샇인 부더러운 길이 계속된다.

약간 미끄럽기도 했지만 간만에 산을 찿은

젊은 악우들의 동심어리고 순수한 표정이

익살로 비춰진다.

낙옆도 포근하고 부더러워 운치를 더하고,

누군가 폐품을 이용해서 꾸며 놓은 물레방아가

쉼없이 돌아가는 개울에 풍성한 동심이 흐른다. 

계곡을 따라 여태껏 느끼지 못한 낭만과 웃음이

파노라마 처럼 연출된다.

 

얼마를 걸었을까?

하산이 마무리 되는 지점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때늦은 나무의 단풍이 일색이고 30여 미터 높이

에서 떨어지는 낙대폭포의 물줄기가 장관이다.

오색 단풍과 바위 그리고 낙대폭포가 어우려져

한편의 동양화 보다 멋진 신의 작품을 만났다.

꽃가루 흩날리는 듯 떨어지는 고운빛 단풍을

밟으며 황홀한 감흥에 빠져든다.

그런 아름다운 모습들은 계곡을 벗어나는 지점

까지 이어지고 감흥은 대응사란 사찰에서 겨우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사찰은 평범한 암자였고 해저무는 산그림자

한산한 동양화였다. 텅빈 까치집 넘어 때늦은

가을의 풍경이 아름답게 수놓고,

청도군청 까지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산과 들이 꼿꼿하고 날까롭고 날카로운 맛이 나는

청도의 모습을 뒤로 하고 5시간만에 운문댐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댐을 배경으로 시원한 소주잔

기울리며 황홀했던 하루의 회포를 풀었다.

피라미가 풀쩍 튀어 오르는 모습이 멋있다. 

많은 이들은 남산을 높게 평가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만 듣고 알았던 남산은 명산이었고 특히

오늘 우리가 간 코스는 설악산을 빰쳤다.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맞춰 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구경한 것이다.

그 여운이 울산에 오기까지 길게 이어진다.

박기사님이 준비해 준 비디오에서 한국 최고의

가수들이 라이버하게 부르는 유행가가

너무도 흥겨웁게 분위기를 띄워 준다.

산행 안내를 맡아준 김일명 부회장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고향에 왔다고 맥주도사고, 홍시도 사고

하여간 씨없는 감홍시 처럼 달콤한 마음을 주신 

김일명부회장님께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왜 산을 오르냐고요?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르지요" 에베레스트 정복

길에 구름처럼 사라진 조지 멀로니의 말이 

귀전에 와 닿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