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2.19일 화장하지 않은 마분봉, 악휘봉 산행기

在綠 2006. 3. 23. 19:35

그대.

마분봉을 아는가

악휘봉을 아는가

화장하지 않은 산

울산 무한산악회

즈려밟고 가노라.

 

연풍고을 주막에서 강냉이 막걸리 마시며

즉석에서 읖조린 글이다.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산악회에서 주막집 벽에

기념비처럼 걸어놓은 그곳에다 무한산악회의

마크와 함께 잘 걸어 두고 돌아왔다.

 

차가운 동장군이 휘몰아치는 새볔.

새로 개통된 중부고속도로 언저리를

신나게 달려 금새 충북 괴산군 연풍 적석리

은티마을에 도착, 마분봉을 향했다.

산골마을 아담한 은티마을에 엄청나게 큰 나무

몇 그루가 마을 어귀에 우뚝 서있고 두엄 냄새

가득한 과수원 들녘에 과수원 가지치기를 하는

아낙의 손길이 전원의 멋을 느끼게 한다.

훈훈한 인심이 숨쉬는 시골풍 마을을 체험했다.

 

뭇 산과 다를바 없는 마분봉 능선을 오르며

차가운 바람 부는 겨울의 참맛을 느꼈다.

굳센 참나무와 오묘한 소나무 군락이 이어지는

산마루금을 지나 정상이 가까워 올 수록

손끝이 시린 동장군의 위력을 느끼며 산을오른다.

1시간 남짓 오르자 바위 예술품이 선보이고,

UFO와 같이 생긴 바위에 안겨 첫 감탄을 했다.

낙옆 떨구어 화장끼 없이 속살을 드러낸 마분봉

즈려 밟으며 산행의 참맛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은 

동양화 처럼 오묘한 바위들 때문이었다.

산낙옆에 추억을 묻고

푸르른 노송에 감탄을 싣어

마음껏 유린해 본 마분봉.

때묻지 않은 순수로 내게 다가 와

꿈을 꾸듯 혼을 지피고 저만치 서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인생을 닮았다.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멈춘 시간만큼 새로움은 없고

앞으로 나아갈때 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산을 닮은 우리네 인생이지 않는가?

가파른 길도 있으리

평탄한 길도 있으리

바위에 기댄 채 가야할 길도 있으리

남의 도움을 받고 넘어야 할 길도 있으리......

내 지금 인생의 산을 오르고 있는 중이다.

 

있는 힘 다해 밧줄에 몸을 싣고 산을 올라

마법의 성이라 부르는 봉우리를 지났다.

 

곳곳에 바위들이 즐비한 마분봉 정상에는

덜렁 표시판이 초라하게 서있을 뿐.

세월을 상징하는 생을 다한 나목이 운치롭다.

깜빡 잊고 디카 밧데리 충전을 못한 탓에

소중한 추억 사진을 담아내지 못했다.

대신 허충회부회장의 비디오로 대응 했다.

 

밧줄에 힘을 싣고 오르는 마분봉 곳곳에

수려하고 오묘한 전경이 속새의 시름을 잊게한다.

어느것 하나 버려서는 않되는 아름다운

비경을 담고 앨범속 사진 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추운 날씨를 피해 양지바른 곳에 자립잡고

산 점심의 포만감을 맛보았다.

추위 탓에 온 몸으로 요동을 쳐본다.

산 고개 넘기를 수 번,

그때마다 파노라마 같은 산의 모습이 

펼쳐지는 무대위에서 몇 번이고 감탄했다.

 

아스라한 바위 봉우리를 넘나들며

위험을 무릅쓰며 메달려 오른 바위들.

그렇게 기쁨으로 맞이한 산은 감동이었다.

감동을 주는 것을 꼽으라면 산이다.

마분봉은 그렇게 감동을 주고 있었다.

 

내친김에 악휘봉을 올랐다.

새벽 두시까지 경주 웰리치조선호텔에서 있었던

고교 동창회 회장단 송년회에 참석해 과음을 한 탓에 선뜻 나서기를 망설였는데 용기를 냈다.

악휘봉은 마분봉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봉우리로

은티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왕복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산봉우리.

 

신의 작품인지 긴 입석바위가 길을 막아 선다.

참으로 신기한 입석이다.

그 바위 신비하여 한참을 가던 걸음 멈추었다.

돌아오는 길은 힘들었다.

다리에 무리를 한 탓인지 휘청거린다.

 

달리듯 마구 내려왔다.

그리 멀잖은 하산길을 마무리 하며

은티고을 주막에 들러 강냉이로 만든 막걸리를

마셨는데 별미다.

많은 악우들이 다녀간 주막 벽에는 낙서와

산행 폿말로 그림을 그렸다.

부치김에 못이겨 즉석에서 지은 글과

무한의 마크 푯말을 많은 틈새로 걸어 두고

기쁨으로 추억어린 주막을 나왔다.

 

올들어 처음 오뎅탕을 맛보았다.

겨울 산행의 하산주로 운치가 있는 오뎅탕.

속 깊숙히 따뜻한 온기가 휘감는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끼리 하산주를 마셨다.

 

처음 산을 찾은 악우들이 많았다.

또다른 사람들을 이곳에 모셔오기 위해

답사 산행을 온 산행대장들도 많았다.

올 해 마지막 산행이 될지도 모르는 산행.

사람들은 무한과 더불어 보낸 하루.

감동속에서

우정속에서 산의 품안에 안겼다 갔으리.

 

설레임과 호기심으로 첫장을 넘겼던 2004년 달력.

마지막 한 장을 남긴 달력을 들추며

낙서처럼 표시 해둔 날을 생각해 보리다.

화려한 나릐 추억은 기쁨으로 다가 오리라.

송년 산행을 기대하며 어둠속에 하루를 묻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악우들에게 나는 설파했다.

무한의 새해 화두는 <용서>라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쓴 책 <용서>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최고의 약은 용서"라

적고 있다. 

그대

이해가 가기전에 한 번 용서를 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