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일 산수유 향기 짙은 설흘산 산행기
봄을 기다리는 악우들 가슴속에 화답이라도 하듯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봄의 무대다.
겨우내 움추리고 있던 악우들의 바지와 치맛자락
사이로 오락가락하던 봄이 와 많은 악우들을
설흘산으로 유인했다.
언양의 6공주를 비롯해 해맑은 얼굴의 악우들로
만원이 된 설흘산행 버스에는 봄을 닮은 환하고
화사한 女心을 뿜어내고 있었다.
차디찬 겨울의 바람이 자취를 감춘 대지위에
감미로운 봄을 가득 실은 바람이 분다.
일기 예보가 빗나간 듯 보슬비가 내린다.
산행을 포기할 만큼의 봄비가 내리는 남쪽의
풍경은 물기를 머금은 만큼의 침묵이 흘렀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1시간 반을 국도로 달렸는데
비내리는 남쪽 바다에 안개가 자욱하고 바다
고기들이 금새라도 풀쩍 올라 올 듯한 역동성을
느끼게 했다.
도중에 1,500원짜리 비닐로 된 1회용 비옷을
단체로 구입하여 산행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굽이굽이 해변을 돌아 도착한 가천마을 지나
산행은 시작되었다. 반갑게도
울산에서 온 드림산악회와 합류 했다.
비옷 대신 버스 기사님 우산을 빌려 한 손에 들고
산행을 시작했다. 제법 가파른 등성이에 오르자
봄이오는 남도의 바다가 반겨주었지만 안개로
덮혀 잿빛 바다만 보인다.
감춰어진 비경이 고즈넉하게 펼쳐져 보이는
앵강만 바다는 오늘은 잠을자고 있었다.
지천에 노오란 색 산수유 꽃향이 코를 진동했다.
흑백의 세상에서 칼라의 세상으로 바뀌는
아름다운 계절이 변 화되는 순간을 보았다.
순이 돋아나는 진달래의 용트림이 시작되고
야생의 난들도 움틀거리며 세상에 나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한 부활절 붐이 인다.
바위를 터전으로 살아 푸르른 싹을 티우는
이름모를 풀들이 신비로움과 생명의 선선한
충격을 주고 갔다.
줄기차게 비는 내려 온 세상을 촉촉히 적신다.
바다가 보이는 산등성이를 계속해서 걸었다.
수직 벼랑 아래의 멋진 모습은 짙은 안개에 묻혀
볼 수 없었고 신령스러운 세상에 온 느낌을
갖게한다. 포근한 안개에 금새 뛰어내고 싶픈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설흘산 대신 응봉산 정상에 올랐다.
언덕뻬기를 내려오는 한 곳이 매우 위험했다.
혹여나 조바심으로 뒤쳐진 악우들을 배웅하며
천천히 내려왔다.
비때문에 설흘산행을 포기하고 마을로 직진했다.
바람이 잠잠한 산중턱에서 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었는데 김초자 어머니의 회무침 솜씨에
포식을 했다.
하산길은 약간 경사졌지만 그런대로 평탄했다.
지천에 봄이왔음을 알리는 표정들로 역력하다.
노오란 꽃망을 한 산수유꽃이 빗물을 머금고
아름답게 맞이했다. 긴 겨울을 이기고 맞이한
봄의 향연은 악우들에게 먼저 찾아 왔나 보다.
파도를 타고 달려온 남도의 봄바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확연이 보였다.
힘든 산행을 이겨내고 맞이한 악우들에게
봄꽃은 하느님의 복음을 전한것이다.
봄은 힘듬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에게 먼저 오는
법이다. 바다가 펼쳐져 한가롭게 있는 가천마을에
평화가 왔고 봄이 왔다.
밭두렁 마다 파릇파릇 연록색의 새싹이 돋아나고
다락식 밭에는 마늘들로 원색을 이루고 있었다.
산비탈을 까고 돌축을 쌓아 계단식으로 된 다랭이
마을은 전통테마 마을로 선정된 곳이다.
앵강만은 사씨남정기를 집필한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이기도 하다.
암수바위(일명 미륵불)와 밥무덤도 구경거리다.
넓고 포근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민가에 들렀다.
마을 회관으로 간 듯 촌노인도 없는 바닷가 집
창호지 문은 열쇠로 잠겨져 있고 대나무 울타리
마당엔 겨우내 군불로 쓰던 장작이 가지런히
쌓여져 있어 전원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잔비를 맞으며 마을 어귀에서 김익수회장 내외가
어렵사리 장만해온 미주구리 회무침으로
하산주를 나누었다.
술은 기쁠때 즐거울때 마셔야 제맛인가 보다.
비 맞으며 함께한 우정을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평화스런 바닷가 마을을 벗어나 버스안에서
박정희 악우의 생일기념식을 가졌다.
예전에 없던 일이라서 미리 준비를 못했지만
초코파이에 대롱과지를 세워 케익을 대신했고
후대폰 생일 음악으로 창조적인 축하연을 열었다.
많은 악우들의 축하속에 맞이한 악우님의
앞날에 기쁨이 가득하길 빈다.
회답이라도 하듯 선뜻 10만원을 참조해주신
악우님께 감사를 드리고 돼지 수육을 찬조해주신
김찬기님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계속해서 비를 맞으며 차분하게 달려
돌아 온 울산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까지 산을 정복한 의지력!
문득 솔개의 변신을 떠올려 악우들에게 피력했다.
솔개는 약 40세가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나날이 힘들 게 된다.
이 즈음이 되면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대로 죽을 날을 기 다리든가 아니면 약 반 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런 갱생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 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곳에 둥지 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런 수행을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이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 그리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이리하여 약 반 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 30년을 더
산다는 솔개의 변신이 감명 스럽게 스치운다.
그렇다 왜 내가 산에 가는가?
솔개처럼 나의 변신이다
솔개 처럼 남은 인생을 더 살기 위해 나를 바꾸고
수련하기 위해 산에 가는 것이다.
바뀌어야 산다는 절박감의 표출이다.
내가 산을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벌써 다음주 월출산이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