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1.6일 신불산능선 삼봉 산행기

在綠 2006. 3. 25. 17:15

신불산 줄기의 하나인 가천 들입인 삼봉, 첫번째 암봉이 호랑이봉, 윗쪽이 남근석인 삼봉이다.

 

입동(入冬)을 하루 앞둔 아침, 가을 비가 내리다 만

대지위에 낙옆 떨어지는 소리로 가득하다.

가을에 묻혀져 가는 전답과 멋을 가득 머금은 단풍.

민가 가까운 산마다 수채화를 그린다.

 

12명의 무한 산꾼들은 가천 고을 뒤산에 올라

떨구어진 낙엽을 밟으며 신불산 줄기의 하나인

삼봉으로 여행을 떠났다.

유로 낙시터를 만들려는지 물이 마른 가천저수를 지나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 주차를 했다.

 우측으론 신불산 정상 2.9K를 가르키고 좌측으로

 3.3K를 가르킨다. 긴 죄측길을 택했다..

가파른 길, 물기를 머금은 길위에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매서운 등산 맛을 보면서.

혁혁거리다 70분만에 암봉에 당도했다. 


첫 눈을 밟을 때의 감흥 처럼 바스락대는 낙엽을

밟는 것이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나무 우거진 숲은 미련없이 옷을 벗어 던지는

대자연의 섭리와 의미를 되뇌이게 하고

융탄자 처럼 길섭에 깔린 은은한 낙엽냄새로 가득한

산을 오른다.

나도 미련없이 옷을 벗어 던지는 용기를 배워야겠다.

 

2시간 가까이 정신없이 올랐다.

구름이 삭아내리기를 하드니만 기어코 비를 내린다.

가끔 내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오른편 칼바위와 왼편

독수리를 닮은 영취산을 바라보며 위로만 전진이다.

신불산은 신령님이 불도를 닦는산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고 곤경에 쳐했을 때 도와주는 산이라 했다.

신불산 정상에 묘를 쓰면 역적이 난다 전해져 온다.

 

호랑이 바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계속 전진이다.

삼봉인 남근석을 휘감고 돌아 정상이 보인다.

오르며 배며 감을 나누어 먹는 여유를 맛보고

유모와 재치로 한껏 웃었던 등산길.

 

신불산과 영취산 중간의 신불재. 안개자욱한 그곳에 선 멋진 사람들

 

안개가 자욱한 자연의 대이변 현상이 펼쳐진다.

바람과 구름과 억새가 부리는 조화와 경이로움.

이럴땐 뾰족한 감탄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영취산과 신불산이 마주보는 고갯마루에 서서

신비로운 자연의 조화를 만끽했다.

 

대피소를 지나 계곡을 타고 하산을 시작했다.

도중에 점심식사를 했는데 여느때와 다르게

여유롭고 화가애애한 자리다.

정상부근의 나무는 벌써 앙상한 모습으로.

겨울을 기다리는 준비가 한창이다.

 

하산길은 너덜길이라 무릎에 무리가 왔지만

골짜기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이 펼쳐진다.

신불계곡에서 바라본 칼바위. 익살꾼 이성희님의 표정에 너털웃음이 절로난다.

 

그 많던 안개는 형체를 찾아 볼 수 없고

구름낀 하늘은 언제 그랬나는 식으로 햇빛이 눈부시다.

서쪽으로 반쯤 더 기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역광을 받은 나뭇잎의 여롱함이 기쁨을 구가한다.

 

4시간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느때와는 다르게 이른 시간이라, 약속이라도 한 듯 

전어회를 위해 시내 농수산물 시장으로 향했다.

무지하게 맛있는 회에 소주를 곁들인 그 여흥.

12인의 악우들은 오늘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 했다.

 

신불산 칼바위 전경(10.30일 촬영분, 봉우리에 헬리콥터가 출동 부상자 구조활동중.

 

동천체육관 잔듸밭에 둘러 앉아 담소를 했다.

무한산악회에 대해 지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악우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기쁨이었다.

 

산을 애호하고 산과 어울림하는 산악인의 자질은

산을 닮은 인격수양과 남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조금은 미흡해도 박수를 쳐줄때 리더는 힘을 얻는다.

더 좋은 산악회를 위해 지금부터 박수를 보내라.

그리하여 

몇몇 회원들이 바라는 것처럼 산악회의 변화를

꾀 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긴다. 

 

오늘 추풍에 날리는 낙옆을 밟는 산행을 하면서

내내 허무한 마음으로 나를 발견한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