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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배내골 물놀이

폭염 경보가 내려진 8월 23일 오전 11시. 태양은 뜨거운 불덩이처럼 내리쬐고 있었다. 울산 함월산악회 회원들은 산을 오르는 대신 더위를 피해서 배내골로 향했다. 산을 뚫어 만든 고속도로를 달리며 본 풍경은 계절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남알프스의 능선은 여전히 유장했고, 울창한 숲은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잘게 부서져 내려앉았다. 산에서 내려온 바람에는 서늘한 물기와 나무의 냄새가 묻어 있었다. 버스가 배내골로 내려섰다. 맑은 개울 곁에 야생 배나무가 많아 붙었다는 이름. 이름만으로도 물과 숲의 풍경이 떠오르는 곳이다. 영남알프스의 높은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골짜기는 깊고 하늘은 한층 낮아 보였다. 산과 산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물은 오..

카테고리 없음 2026.08.24

항아리에 별을 심다 - 군위 항아리 구슬정원에서

항아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유리구슬이 박혀 있었다. 햇빛이 스미자 저마다 푸르고 붉은빛을 냈다. 오래된 항아리 하나가 어느새 작은 별자리가 되어 있다. 군위 우보면의 조용한 시골 마을. 그곳에 이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항아리 구슬정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이름의 작은 정원쯤으로 생각했는데 그곳에 들어서자 상상을 초월했다. 한 사람의 취미가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예술이 되고, 평범했던 마당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항아리와 구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물건이 이곳에서는 묘하게 잘 어울렸다. 항아리는 시간을 품은 그릇이고, 구슬은 빛을 품은 작은 물방울 같았다. 흙으로 빚은 항아리에 유리구슬을 박아 넣으니 오래된 것과 반짝이는 것이 한 몸이..

여행기 모음 2026.08.18

김수환 추기경의 생가(生家)에 가다

김수환 추기경의 생가는 대구광역시 군위군 군위읍 용대리다. 이곳에 자리한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은 그가 품었던 사랑과 나눔 정신을 되새기는 공간이었다.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를 중심으로 추모전시관과 수련 시설, 십자가의 길, 평화의 숲 등이 건축되어 있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서 성모 마리아상과 만났다. 두 팔을 넓게 벌린 성모상은 세상의 고통과 슬픔을 품에 안으려는 어머니처럼 보였다. 머리 위를 둥글게 감싼 조형물에는 추기경이 생의 마지막에 남긴 말이 새겨져 있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한 사람의 생애가 이 말에 오롯이 들어 있는 듯했다. 고인이 남긴 마지막 말이어서인지 그 문장은 더욱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김수환 추기경은 1922년 5월 8일 군위에서 태어났다...

여행기 모음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