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숨을 고르면 열리는 길 - 서산 간월암과 부상탑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접어들자 굵은 빗방울에 대지가 갈증을 씻어낸 듯 싱그러워졌다. 차창 밖으로 강과 벌판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 산과 바다가 겹쳐졌다. 비에 젖은 서산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요하면서도 생생했다. 하늘은 좀처럼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처럼 어두워졌다가 잠시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울산불교문협 제40차 성지순례에 나선 버스는 빗속을 달리고 있었다. 차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사이로 강과 들판, 촌락이 스쳐 갔다. 산들은 물안개에 몸을 감쌌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 여름이 천천히 물러가고 가을의 문턱을 넘으려는 조짐이었다. 익숙한 풍경이 사라지고 낯선 풍경이 펼쳐지자, 일상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느꼈다. 서산에서 처음 만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