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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숨을 고르면 열리는 길 - 서산 간월암과 부상탑

바다가 숨을 고르면 열리는 길 - 서산 간월암과 부상탑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접어들자 굵은 빗방울에 대지가 갈증을 씻어낸 듯 싱그러워졌다. 차창 밖으로 강과 벌판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 산과 바다가 겹쳐졌다. 비에 젖은 서산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요하면서도 생생했다. 하늘은 좀처럼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처럼 어두워졌다가 잠시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울산불교문협 제40차 성지순례에 나선 버스는 빗속을 달리고 있었다. 차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사이로 강과 들판, 촌락이 스쳐 갔다. 산들은 물안개에 몸을 감쌌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 여름이 천천히 물러가고 가을의 문턱을 넘으려는 조짐이었다. 익숙한 풍경이 사라지고 낯선 풍경이 펼쳐지자, 일상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느꼈다. 서산에서 처음 만난..

항아리에 별을 심다 - 군위 항아리 구슬정원에서

항아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유리구슬이 박혀 있었다. 햇빛이 스미자 저마다 푸르고 붉은빛을 냈다. 오래된 항아리 하나가 어느새 작은 별자리가 되어 있다. 군위 우보면의 조용한 시골 마을. 그곳에 이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항아리 구슬정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이름의 작은 정원쯤으로 생각했는데 그곳에 들어서자 상상을 초월했다. 한 사람의 취미가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예술이 되고, 평범했던 마당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항아리와 구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물건이 이곳에서는 묘하게 잘 어울렸다. 항아리는 시간을 품은 그릇이고, 구슬은 빛을 품은 작은 물방울 같았다. 흙으로 빚은 항아리에 유리구슬을 박아 넣으니 오래된 것과 반짝이는 것이 한 몸이..

여행기 모음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