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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만난 기록물

2026년 10월 17일, 안동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오래된 시간의 기록을 생각했다. 세월 속에서 어떤 기록들은 낡음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한 시대를 살다 간 사람의 글씨와 손때 묻은 책, 집안의 내력을 적은 문서가 그렇다. 그것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그 자취를 찾아 안동시 도산면에 자리한 한국국학진흥원을 찾았다. 진흥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둥근 천구의 형태를 한 혼상이었다. 도산서원의 유물을 모태로 제작한 이 청동 기구에는 1,464개의 별이 새겨져 있고, 네 개의 받침에는 사신이 새겨져 방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옛사람들이 밤하늘을 관찰하고 별자리와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려 했던 흔적이었다. 하늘을 읽으려던 천문도가 남았듯, 세상을 이해하려던 마음은 책과 문서와 그림으..

여행기 모음 2026.10.21

다대포 파도의 구애를 받아들이다

울산 함월문예동호회 회원 스무 명이 다대포를 찾았다. 목적은 일몰 여행이었다. 하나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일몰 대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주차장 인근 공원에 모여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한 사람은 눈을 감은 동료의 손을 잡고 길을 안내했다. 눈을 감은 사람은 상대의 손길에 의지했고, 안내자는 발밑의 작은 굴곡까지 살피며 걸음을 이끌었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여럿이 함께 체조하는 동안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유와 평화를 주제로 한 놀이였지만, 그 안에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인문학적 성찰이 담겨 있었다. 살면서 함께 걷는 사람의 속도를 살피고, 한 사람의 손길을 믿으며, 서로 다른 마음이 한곳에서 어우러지는 순간에 비로소 아름다운 시간이 ..

여행기 모음 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