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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10.21 설악산 대청봉, 천불동계곡

在綠 2021. 2. 2. 12:11

게시글 본문내용

 

새벽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설악산은 흔들렸다.

흔들리는 버스안에 앉아 눈을 감고 밤을 보냈다.

멀고 먼 6시간을 달려 새벽 1시반에 아침을 먹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산에 미친 사람들이 그랬다.

 

 

 

새벽 3시경. 어둠을 뚫고 헤드라이트에 길 밝혀 걸었다.

좁은 길은 사람들로 밀렸으리라.

먼동이 터기 전에 대청봉에 올라야 하는 압박이 왔으리라

그래도 몸에 땀이 나도록 산을 오른 사람들.

 

 

 

하늘에 빛나는 별빛이 위로를 해준다.

제법 차다찬 바람이 불어오는 능선을 타고

가파른 길을 오르기만 계속한다.

3시간 반을 훌쩍 넘겨 정상에 섰다.

 

 

 

찬연한 햇살은 이만큼 떠올랐다.

누굴 위해 태양은 뜨오른지 알 수 없지만

하루의 빗장을 여는 태양은 눈이 부시도록 황홀했다.

등산에 대한 수고의 보상은 태양을 만나는 것이었다.

태양은 누구에게나 골고루 빛을 내려주었다.

차별 하지 않는 대자연과 우주의 묘비에 정상은

수 많은 봉우리들을 거느리고 우뚝 솟아 있었다.

 

 

 

하산 길은 이쁘게 단장한 설악의 풍광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 길 주는 곳마다 아름답고 황홀한 자태를 보여 준다.

익어가는 나뭇잎에 인생을 견인 해 보는 시간이다.

아름다운 단풍의 뒷면을 바라보며 내 인생을 여민다.

상처 투성이다. 굴곡진 삶을 살아오느라 입은 상처다.

 

 

 

상처의 몸으로 그렇게 한 해의 인생을 마감하려 한다.

단풍의 한 해 살이는 아름다움으로 마감할 것이다.

낙엽이 되어 대지 위에 뒹굴다 거름이 되어 묻힐것이다.

나무의 신생은 그래서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밟히는 낙엽은 내 삶에 전율을 일으키며 스쳐간다.

 

 

 

길고 긴 천불동계곡을 타고 하산을 시작했으리라.

벅벽에 가까운 바윗돌과 단풍, 그리고 끈질긴 소나무

설악은 제 모습을 나체로 보여주고 있었으리라

아직은 드문드문 푸른 잎으로 생명력을 간직한고 있는

골짜기의 나뭇잎을 보며 그 뜨거웠던 여름날을 기억했다.

 

 

 

가을 날의 축제가 한창인 설악의 정취에 고생한

보람을 보상 받았으리라. 구긴 아픔도 치유를 했으리라

다리가 아파오고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좋은 것은 아름다운 가을의 만추를 만났기 때문이다.

단풍의 잎에서 인생을 음미 했기에 보람이 남는다.

 

 

 

아름다운 날,

그렇게 머나 먼 무박을 하면서 설악을 정복했다.

때묻지 않는 또다른 힘찬 하루가 선물로 다가 올것이다.

행복한 하루였다. 스스로가 행복의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의 기준을 낮게 설정하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