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산행후기 3.24일 꽃샘바람 부는 의령 자굴산

在綠 2021. 2. 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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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 쇠목재-자굴산-쇠목재-망우산-일붕사




꽃샘 추위.

싸늘한 바람 불어 살을 차갑게 하는 의령에는 봄은 오지않았다.

산정에 우뚝 솟구쳐 회전체를 돌려 발전하는 풍력발전소가

세상을 호위하고 있었다. 거대한 날개가 돌아가는 의령에

아직은 봄대신 찬바람이 몰라치고 있었다.

소의 목에 해당하는 쇠목재까지 버스가 올라와 버렸다.

산행은 자굴산으로 향했다. 9백미터 가까운 산능성이에

깡마른 나무들이 호위하며 손을 잡고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가는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바람에

떨고 있다. 홀로사는 것은 죽음 뿐이라는 것을 고목이 말해준다.

꿋꿋하게 서서 죽어가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서있는 나무.

자굴산을 오르며 만난 자연이 살아남는 법을 깨우쳐 주게한다.

준엄한 질서와 협동으로 양보하고 격려하며 살아가는

대자연의 오묘함이 나약한 인간의 뇌를 깨우침으로 몰아간다.

 

 

 

깔딱고개 앞에서 한 동안 거친 날숨을 내쉬며 막바지 힘을 냈다.

차가운 바람은 에너지를 솟구치며 배출한 땀방울을 식혔다.

몸밖으로 배출된 땀방울이 휘발 된 자리에 상쾌한 기운이

솟구친다. 한 동안 나무와 흙, 바위가 준 자연에 동화 된다.

산을 오른다는 자체가 인생을 오른다는 이치와 거의 동일하다.

긴 숨을 내쉬고 힘에 겨워 고통으로 버티는 과장이 그렇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선 지금. 자굴산은 인생의 오묘한

의미를 소소하게 음미해 보게 했다. 꽃망울을 튀울 준비를

마친 진달래 꽃망울이 서설퍼런 찬바람에 맥을 못춘다.

 

 

 

제법 넓은 산 마루에 솟은 자굴산 정상이다. 낮지만 우뚝 솟은

기상이 서려 있는 산 정상에는 사방이 탁트인 주변의 산들이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서성인다. 멀리 지리산과 황매산이

손짓하는 그 곳. 의령의 기상은 망우당 곽재우장군의 무용담으로

연결되어 역사를 음미하게 한다. 의령의 산세가 세게 보인다.

산 알래 펼쳐져 있는 의령의 모습이 유유자적하게 펼쳐진다.

다시 자굴산으로 회귀하여 망우산으로 향한다.

 

차가운 비가 내리는 산이라 이름 지을 때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전설을 간직한 망우산. 망우도령이 나타나 도깨비로 변신했다.

전설이 살아 숨쉬는 곳에는 걸맞는 조형물이 서 있다.

소의 등을 타고 하산을 시작했다.

양지바른 곳에는 봅을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임신을 한

아낙처럼 풍만한 꽃방울을 이고 있다.

생명체의 신비가 하산하는 내 눈을 유혹한다. 꽃은 생명을

잉태 하는 신령스러운 물상이다. 아름다움이 가득한 망우산의

참꽃이 머잖아 만개할 것이다.

 

버스로 2시간 이동하여 일붕사에 들렀다. 거재한 바위산 아래

서있는 절이 어떤 마력을 일게 한다. 불자도 아닌데 숙연해 지고

신령이 느껴진다. 절대적인 마력인 종교가 나를 억누른다.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일붕사 바위 속에 있는 불상앞에 서서

너무아미타불을 뇌였다. 바위를 깎아 내고 그 안에 불상을

놓았다. 종교에 대한 인간의 괴력을 느끼게 한다.

 

 

 

오뎅탕에 하산주를 나누었다. 즐겁고 쾌할하게 만남을 가졌다.

오가는 우정의 깊이 만큼 술 잔이 오갔다. 흥겨운 시간이다.

50여 악우들을 태운 버스는 울산으로 향한다.

노력과 봉사 그리고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임원들이 멋있다.

멋은 늘 감사로 귀결되고 보람으로 점철되는 것이다.

충절의 고을 의령을 떠나는 버스가 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