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린 봄비가 오늘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부산 롯대호텔에서 열린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자정이 넘게
귀가를 한탓에 잠을 제대로 못자 찌뿌둥한데 하필 궂은
빗방울을 맞고 나니 마음이 침울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와 비오는데 등산가느냐고 묻습니다.
많은 회원들이 불참을 할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정말로
그랬습니다
21명의 회원들만 비내리는 울산을 벗어나 팔공산을 향했습니다.
아마도 이분들은 왕초 등산 애호가이자 멋진 사람들일거라
믿습니다.
내가 무한산악회에 가입 한 3여년 이후 가장 참석이 적은
날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약속된 등산을 포기한 기억이 없는
무한산악회는 눈비 불구하고 무조건 등산을 하기로
약정이 되어 있습니다.
후일 악천후 일지라도 예정대로 등산은 강행한다 믿으시기
바랍니다.
금새 멈출것 같지 않게 비는 계속 대지위를 적십니다.
봄 가뭄이 해갈되고 겨우내 얼었던 마음도 열릴것 같은
기분입니다.
버스에 기댄채 비몽사몽으로 깊은 잠을 잤나봅니다.
제가 걱정이 되는지 보는이 마다 괜찮은 핀잔을 던집니다.
잠자리는 악조건이었지만 제법 오랜 시간 잠을잤습니다.
뒷좌석은 화기애애한 분위였고 다양한 안주로 고급술이
순배 되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술이 두려웠습니다.
어제밤 동창회에서 과음을 했기에 그랬나봅니다.
신라말 8공신이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라 해서 붙인이름인
팔공산 갓바위 입구까지 왔지만 비는 거세게 내립니다.
회원들의 합의하에 등산은 포기하고 근교의 청도군으로 가서
온천욕과 유명한 한재의 미나리 맛기행을 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청도로 간는길은 한 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그때까지 나의 낮잠은 계속되었고 대지는 비를 듬뿍 맞고
있었습니다.
청도용암온천은 850m 지하 암반에서 용출되는 게르마늄과
유황 온천물로 기분 좋은 감촉이 있었습니다.
타 온천에 비해 15∼30배 게르마늄 함유량이 많다고 하며
작지만 노천 온천탕이 좋았습니다.
맨몸으로 온천을 했는데 처음 만난 악우들과의 관계가
밀착되고 가까워 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등산을 많이 한탓인지 회원들의 몸들이 건강하고 좋았습니다.
옷을 벗고, 마음도 벗고, 온갖 잡념도 벗어 버린 기분입니다.
대장님의 그시기를 처음 보았는데.....
하여간 발가벗고 나눈 우리의 만남이 추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성쾌한 그 기분, 체험해본 사람만 누릴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청수로 눈을 씻고, 마음까지 씻어내 봅니다.
때 타올로 가뿐스레 일어나는 때를 닦습니다.
내 삶의 찌꺼기를, 내 아픈 번뇌마져 청수로 씻어내고
오늘 하루는 무아의 무대에서 나를 실컷 외치고 싶습니다.
청옥빛 유황물 몸담궈
오는 봄 연가를 부르고 싶습니다.
눈을 씻습니다.
세상을 헤쳐갈 혜안을 갖기 위해
청도고을 용암온천 그 청옥수로 마음을 씻어냅니다.
지척에 청도의 유명한 투우장과 아담한 체육관이 보였습니다.
청도읍소재지에서 미나리와 같이 먹을 돼지고기와
양념류를 사고 화악산 고개마루에 있는 한재 미나리맛기행을
하러 나섰습니다. 한재골의 청정수로 재배를 하여 청결하고
연하고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합니다.
현지에 도착했을때는 수많은 차량들로 너무 복잡해서
교통대란에 시달리다가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미나리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직접 먹거나 팔고 있었는데
수요가 많은 탓인지 구경도 못했습니다.
구름처럼 몰려왔다는 표현이 적절할것 같습니다.
다 팔려나가고 품절이 되었지만 아직 주변의 비닐하우스에는
미나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정찰제를 실시하는데 한 단에 6천원이고 주민들 스스로가 상호
특산물 상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대구일원에서 밀려온 사람들로 자리조차 찾지 못하고
허둥대다 겨우 그곳을 벗어나는 시련을 격었습니다.
답답함에 겨워 버스에 내려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큰 버스가 왜왔냐는 원망의 눈길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은 기분좋은 날 실망을 하고 돌아갈 것 같습니다.
청도가 고향인 김일명 대장님의 고군분투 덕택에
한재 미나리를 겨우 구했습니다.
3.21일 산행이 화악산으로 예정되어있는데 그때 다시
와야겠습니다
번화가를 벗어나 가든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준비해온 고기와 힘겹게 구한 네단의 미나리로 식사를 했습니다.
야유회를 온 기분으로 모두들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는데 소문대로 한재 미나리는 맛이이었습니다.
길이가 길고 도타운 봄냄새 가득찬 그런 맛이었습니다.
가든에 딸려있는 노래방기로 노래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회원들 모두가 흥겨운 노래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배순자 이사의 노래솜씨가 분위기 고조시켰고 장건 이사의
몰래 무비카메라 행동은 코믹했습니다.
대형 낙시터를 갖춘 제법 큰 규모의 가든에서 맑은 공기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귀로는 밀양을 거쳐 울밀선으로 했습니다.
겨울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봄을 맞이 하고 있는
과수 나무들의 생명력이 상큼하게 다가 옵니다.
잎을 떨군 빈 몸으로 시류에 적응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새 삶을 준비하고 있는 만물들이 봄을 전령 하고 있습니다.
석남터널을 벗어나 잔액으로 아이스크림을 돌렸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고 살을 애는 추위가 엄습합니다.
어렵사리 등산을 애호하는 악우들만의 선택된 하루.
그렇게 울밀선에 불던 바람처럼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아쉬움과 더불어 아름다운 하루를 보낸것 같습니다.
등산은 못했지만 청결하고 상큼한 봄빛 하루였습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는 기분으로 의기가 솟아난
아름다운 하루였습니다.
서로 잘알지는 못해도 산을 벗하는 동료애로 만난
악우들의 모습에서 내가 맞이하고 있는 등산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이제 멀잖아 새로운 집행부가 탄생합니다.
새로 발탁이 된 신임이사들 중에는 장차 무한을 리드할
역군들이 많이 발굴되었습니다.
장건, 홍시몽, 이상율, 박정선, 박수남....등 특히 홍이사님은
본회 발전 성금으로 20만원을 기탁해 오셨습니다.
다시금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무한산악회의 발전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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