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겨울다운 바람이 부는 울산을 벗어나자
운치 돋아나는 동해 바다는 하얀 포말을 일으
키며 진부한 낭만을 일게 합니다.
멋과 감흥으로 다가오는 동해 바닷길.
내고향 울진을 지나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순박했던 한 소년의 화려한 날의 꿈을 떠올리며
생가가 보이는 그곳을 지나쳤습니다.
송년산행, 태백산이 가까워 올 수록 마음은
설레이고 산의 고장 강원도의 아름다움이
감흥에 젖게 합니다
41명의 악우들을 태운 버스는 경관이 수려한
자연을 끼고 달렸습니다.
추억과 낭만과 삶을 함께 실은 감회에 젖어서
검푸른 동해의 파도를 타고 화려한 시를 읖조리고
감회로운 수필을 씁니다.
태백으로 가는 계곡의 원시림. 눈길 주는 곳마다
속살을 드러낸 나목(裸木)의 멋이 감흥을 만들고
태풍에 휩쓸린 상흔의 흔적이 길게 드리워진
산천은 안스럽기만 합니다.
울산에서 5시간 반만에 도착한 유일사 입구.
맑디 맑은 송년의 태양 빛이 너무나 고운 때
눈내린 태백산 어귀 고갯을 40여분 올랐습니다.
가파른 산길이 시련을 안기는 가운데
한 해의 생채기를 떨쳐버리며
힘겨웁게 산을 오릅니다.
깔딱고개를 넘을 때까지 힘겨워 했습니다.
땀이 식을 무렵에서야 말 없는 산의 진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감탄이 절로나면서 부터
힘들었던 나를 다독그려 주기 시작했습니다.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마냥 내 길을 걸어봅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락을 지났는데
눈살 받은 주목군락이 원기왕성하게 뽐을 냅니다.
아름다움에 쉽게 나약해지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내린 눈에 빛나는 태백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설화가 핀 1567m 장군봉을 지나쳤습니다.
폭 8m, 높이3m, 둘레 27m의 자연석으로 쌓은
20평 원형 돌제단인 천제단에 도착했습니다.
찬바람 휘몰리는 천재단에서 내 소원을 빕니다.
이럴때는 스스로 신령스러운 분위게에 빠지고
신과의 교감을 나누며 신령스런 감회에 젖습니다.
소박한 새해의 소망을 읖조리며 기원을 했습니다.
기도하는 내모습이 숭고하게 여겨졌습니다.
김익수 회장님이 몸소 천재단에 제수를 놓고
제를 올렸는데 무한인의 안녕을 비는 제문을 읽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불현 듯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피에타를 떠올렸습니다.
4년전 유럽 4개국 여행때 직접 들렀던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며 교황이 살고있는
인구 1천명의 로마 바티칸 시티.
그곳 천정에 신이내린 화가 미켈란젤로가 그린
피에타가 떠올랐습니다.
차마 소리 내어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고 비탄에
젖어 가슴에 묻는 사랑의 진수를 보았습니다.
드러나지 않고 가슴으로 전하는 사랑의 메세지.
그것이 사랑임을 뒤 늦게나마 체득했습니다.
일부 악우들은 수만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문수봉
으로 향했고 나는 망경사 방면을 택했습니다.
천제단에서 하산하는 길목의 망경사에는
단종을 모신 단종비각이 자리잡고 있었고
한국명수 100선중 으뜸이라는 용정이 보입니다.
손끝까지 시린 태백산의 바람은 세찼지만
망경사 양지바른 곳에서 온 몸을 떨며 식사를
했는데 시장한 탓인지 꿀맛입니다.
산중에 있는 산사가 아름답습니다.
자장율사가 창건한 망경사가 그랬습니다.
고수래 하는 것도 잊고 시장기를 달래려 마구
때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 그맛..
절 앞에 고드름 낀 용정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1,500m에 있는 샘물인
용정의 수도 꼭지에서 물이 흐르고
신령스런 마음으로 물 한 바가지를 마십니다.
벌써 산사의 짧은 해그림자가 지기 시작할 무렵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미끄러지듯 산을 내려왔는데 잎떨군 나무와
눈 덮힌 계곡이 아름답습니다.
눈 덮힌 산을 내려오며 감회에 젖습니다.
순백의 세상은 늘 동심을 일게 해 줍니다.
간만에 찾아 온 새식구들과 어울렸는데
저마다 정겨움이 흐르는 모습입니다.
눈세례를 주고 받으며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길을 걷다 그림 같은 추억의 사진도 찍어봅니다.
하산이 끝나는 당골에는 단군을 기리는 단군성전
과 동상이 신비롭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매년 개천절에 제를 올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본듯해 감회롭고
위엄어린 단군상 앞에서 사진을 찍어 봅니다.
얼어 붙은 덕풍 계곡의 모습은 황홀했습니다.
얼음 낀 폭포의 모습이 이채롭고 수목의
움추린 모습에서 생명의 역동성을 느낍니다.
송년산행은 순백의 세상에서 보낸셈입니다.
진한 감회가 스며있는 자연에 몸을 싣고
그렇게 송년의 산행을 시현 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산 길 걸으며
나는 산사내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산에 빠져있는 나는 행복하나봅니다.
틈나면 산을 찾았던 이상한 사내
천금이 나온 것도 아닌데
무엇하러 산에 오르는지 나자신도 명료하게
모릅니다. 다만 산이 좋다는 이유뿐입니다.
탄광 박물관이 지척이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그냥 지나쳤습니다.
적막 산계곡에 한 해를 묻었습니다.
희노애락의 한 해를 지나온 나를 묻었습니다.
산을 벗삼아 희열찬 명상에 젖었습니다.
찢겨져 나간 달력 만큼 잊혀져간 기억들
빨간 날 전국을 누볐던 산행의 기억들이
아름답게 스치웁니다.
매년 눈꽃 축제가 열리는 당골광장에 누군가
얼름으로 만든 작품이 홀로 거리에 나붙어
눈길을 끕니다.
한 해 동안 열성으로 찾은 멋진 산.
송년 산행인 태백산이 유종의미를 거두었습니다.
간만에 찾아 온 내 친구들과 어우림 하며
송년의 산행 추억만들기를 했나 봅니다.
한 해 동안 산이 좋아 산에서 인연을 맺은
무한의 악우님들,
더러는 아쉬웁더라도 슬퍼마소서
새해의 희망으로 기다림하고
사랑과 행복과 축복속에서 기쁨을 누리소서
2004번째 맞았던 성탄의 기쁨 처럼 산을 찾는 님.
새 해에는 산을 기쁨으로 맞으소서
웃음로 가득 찬 그리움으로
새 해를 맞으소서
울산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열창하는 악우의 목젖에서
산악인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한해가 저무는 세모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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