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오색-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양폭대피소-비선대-설악동
← 천불동계곡 →
(총산행 시간 : 10시간)
일정을 놓쳐버린 설악산 산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추후에 효과적인
산행을 꾀하기 위한 사전 답사를 위해, 위희만 가이드와 함께
울산의 모 산악회에 신청을 하여 설악산으로 향했다.
산행 대장을 맡은 이후 처음있는 타산악회 산행이자 답사 산행이다.
더러는 날보고 답사산행 가라고 권유를 했는데 바쁜 일정과 썩 내키지
않은 일이라 쉽게 포기한 사안이기도 했다.
타 산악회의 현황을 살펴보는 벤취마킹 차원의 외출 쯤이라 해 두자.
어둠이 깔린 대지를 뚫고,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만 어른거리는
동해바다 7번 국도를 거슬러 정처없이 달렸다.
며칠 뒤면 다시 올 내 고향 울진도 어둠속에서 지나쳤다.
밀려오는 잠을 잤지만 새우잠이다.
어둠은 모든 것을 덮어 주는 요물이었고 수만가지의 생각도 어둠에
덮어 버리는 묘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나 보다.
새벽 3시,
오색 매표소가 한산해 왠 떡이냐며 마냥 버스에서 내렸다.
정체 때문에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오르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했다.
헤드라이트에 의존한 채 가파른 돌계단길을 정신없이 올라 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앞사람의 배낭뿐이고 자기 힘으로 올라야 했다.
한 시간가가이 올랐는데 비지땀 때문에 휴식을 취했다.
죽으라 따라 오는 위 가이드의 산행력도 대단했다.
쉽게 오르리라 예상했던 길이 인파가 많아지면서 정체되기 시작한다.
오색 매표소 입구에서 안 밀린 것은 제지 없이 바로 통과 때문이었다.
마무튼 무조건 밀린다고 생각을 하고 와야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차라리 밀린것이 마음 편할 만큼 힘이 든 산행이었다.
내리막 길에서 정체가 일어났나 보다.
걸음걸이가 약한 여성들의 기웃거림이 정체를 불렀고 상습적인
정체구간이라 쉽게 마음을 비웠다.
두어 번의 휴식을 제외하고는 줄 곧 등산을 했다.
시냇물 소리가 새벽을 둟고 지나가는 것을 보니 제법 걸었나 보다.
40여분의 정체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막바지 힘을 가해 제일 먼저
정상에 올랐다. 동이 트기 시작하고 아침해가 구름에 막혀
일출 보기는 실패를 했다.
대신 열리는 어둠을 뚫고 펼쳐지는 대청봉 정상의 단풍에 잠이 깬다.
참으로 고운 단풍을 입은 설악의 모습이 그렇게 다가왔다.
대청봉에는 인파로 사진 찍기도 어렵다.
겨우 한장을 찍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대청봉을 내려 중청을 향했다.
안개가 하강하면서 연출하는 모습이 너무도 화려하고 곱게 익은
단풍의 모습이 화려하게 다가 온다.
인파에 밀려 깊이 있는 구경은 못해도 이쯤 되면 본전을 뽑은 셈이다.
중청 대피소에서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중청에서 바라본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의 모습이 화려하기만 하다.
설악의 진모습을 정상에서 볼 수 있었다.
중청에서 소청을 거쳐 희운각으로 향하는 하산길에는 인파로
정체구간이 많았다. 서두름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길을 걷는다.
희운각에 당도하니 아침 8경,
개울가의 흉한 모습이 처절한 태풍의 피해를 말해 준다.
아침을 먹었다.
김밥도 마다하고 햅반에 더운물을 부어 성찬을 했다.
옆 사람들의 호의로 송이 국물과 라면도 곁들이자 배가 부르다.
공룡능선을 가느냐를 두고 고민했는데 다리에 무리가 올것 같아서
과감하게 포기 하고 단풍 좋은 천불동으로 향했다.
희운각에서 양폭대피소까지 1시간 동안 펼쳐 보이는
천불동계곡의 파노라마는 정신을 잃게 할 만큼 단풍 일색이다.
산이라기 보다도 신의 손으로 빚은 예술품 처럼 우뚝 솟은
바위산 을 끼고 타오르기 시작하는 단풍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양폭 대피소에서 비선대 까지 1시간 반동안 펼쳐지는 단풍의 모습
역시 그렇게 감동을 주고 갔다.
매년 보는 단풍이지만 주변의 수려한 산수와 더불어서 어울리는 단풍의
멋을 보기는 쉽지 않다.
계곡 내내 폭포도 있고 좁은 바위를 닳게 해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청량한 가운데 설악의 단풍이 영롱하게 나를 만족시켰다.
눈길 주는 곳마다 어울림과 조화와 화려함으로 표현되는 가을의 정취가
끝없이 펼쳐진다.
공룡능선을 안간 것이 전화회복이라도 된듯 여유로운 시간과
넓은 마음으로 맞이한 설악의 모습이 감회롭다.
맑은 물가에 앉아 간식도 먹고 사람사는 모습이 이러한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했다.
비선대에서 설악동 까지는 아직 단풍이 덜 하고 나머지 구간은
다음 주쯤이면 지지 않나 싶을 정도로 한창이었다.
이제는 다리가 아파오고 참았던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3시 경에 당도해 막바지 사람들이 오기 가까는 시간이 많다.
너무도 많이 흘린 땀을 씻고 피로도 풀겸 온천장을 갔다.
택시들이 난리다. 인구 8만의 속초시에 택시가 6백대니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단다.
물가가 예상보다 비싸고 부실하다.
상큼하게 온천욕을 마친 뒤 구운 양미리라는 바다고기 안주삼아
막걸리 한 잔을 마셨다. 간만에 만난 김일명 명예대장과 더불어
여러잔의 술을 마시다 보니 취기가 오른다.
시간이 많은 탓인지 설악에서의 하루가 여러날 같다.
사람에 치이고 인내하며 어렵사리 산행을 한 설악산의
기억이 다시 어둠속으로 저물어 가고 하산주를 끝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공룡능선 팀 때문에 울산 출발
시간이 지연되었다.
버스에 오르자 말자 그대로 잠을 잤고 깨고나니 울산이다.
아무도 없는 새벽 두시의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향하는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 질까?
어차피 올해는 못가더라도 성수기에 무한이 도전할 로드맵을
새롭게 짜서 실행 해 보기로 하면서 답사 산행의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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