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남구청 명예기자

정월 대보름 태화강 둔치 달집태우기 참관기

在綠 2025. 3. 13. 09:52

 
 
 
 

명예기자 배재록

을사년 2월 15일, 울산 태화강 제1 둔치에서 2025년 정월 대보름 달맞이 행사를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한 해의 풍작 그리고 성공과 평안을 기원하며 운수를 점쳤던 고유 명절 대보름 행사를 포스팅합니다. 

남구청이 후원하고 남구문화원이 주관했던 이 날 행사는 2,000여 명이 참여해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달집을 태우며 풍요와 건강을 기원했으며, 고유문화를 계승하고 구민 화합을 다졌습니다.

달집은 달을 상징하는 집 모양의 구조물을 말합니다. 달집태우기는 타오르는 불을 통해 액운을 쫓고 소망을 비는 의식으로 근심과 부정을 태우는 세시풍속입니다.

식전에 부스를 중심으로 팽이 돌리기, 쥐불놀이, 연과 부채, 비누 만들기, 타로, 소원지 쓰기 등 전통체험마당과 딱지치기, 비석 치기, 제기차기, 공기놀이, 사방치기 등 전통놀이마당이 열렸습니다.

고유제를 시작으로 식전 공연, 개막식, 달집태우기가 열렸습니다.

태화강에 대표적 겨울 철새인 오리들이 유영하면서 보름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자기들만의 축제를 벌이는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떼까마귀가 무리 지어 삼호대숲 보금자리로 귀환하고 있는 장면도 신기했습니다.

앞에서 지휘하는 두목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날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종일 내렸던 비가 간간이 내리는 가운데 먹거리를 나누는 푸드트럭을 비롯해 벼룩시장 등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강 건너에 우직하게 서 있는 태화루로 정월 대보름의 정취를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울산의 도심을 흐르는 야경이 빼어난 태화강의 풍경도 오늘은 더 그림 같아 보였습니다.

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부정과 사악을 없애는 정화의 상징으로 그 힘은 재생과 정화의 의미가 있습니다. 불은 나쁜 기운을 태워 없애주고, 새로운 소망을 담은 밝은 미래를 상징합니다.

농악대의 꽹과리 소리가 자지러졌습니다. 

달집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도 강강술래 대신에 불꽃의 춤사위와 풍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었습니다.

달집태우기는 부족함이 없는 넉넉한 새해와 질병도 근심도 없는 밝은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입니다.

농경 사회에서부터 그 해 농사의 성공 여부가 공동체의 생존의 기로였기에 불을 태워 풍작을 기원했습니다.

이는 자연과의 조화와 인간의 염원이 담긴 깊은 의식이기도 합니다.

불꽃은 소망이 담긴 기운을 하늘에 전한다고 믿어 왔는데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다고 했습니다.

불꽃과 연기를 통해 신에게 소망을 전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달집이 타는 모습과 기둥이 넘어지는 방향에 따라서 그해의 풍흉 여부를 점쳤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한 불놀이가 아니라,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민속 신앙인 것입니다.

단순한 개인적인 의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엄숙한 의식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무대에서는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두루두루 찾아가는 대중음악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국 14개 도시 순회 중인데, 울산에서 두 번째로 인기리에 열리고 있었습니다.

초청 가수 신대양, 배진아, 유태평양, 박애리 등의 가수가 차례로 출연했습니다.

흥겨운 공연을 불꽃이 꺼져 재가 될 때까지 밤이 늦도록 이어 갔습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정월 대보름의 대표 행사인 달집태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긴 막대로 뼈대를 세우고, 생솔가지를 쌓고 이엉을 얹고 새끼줄로 감아 만든 달집이 활활 타고있었습니다.

공무원과 산불 감시원,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등이 화재 예방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응급차도 준비 되는 등 대비가 철저했습니다.

종일 비가 내려 달은 볼 수 없었지만 예정된 5시 53분 무렵에 달집에 불을 붙였습니다.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은 점점 무섭게 타오르고 선홍의 불빛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타고 나온 대나무 불똥이 탁탁 소리를 냈습니다. 마치 사악함을 몰아내는 소리 같았습니다.

나도 살면서 쌓인 분노와 욕심의 찌꺼기를 끄집어내 불에 태워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날리던 연을 비롯한 여러 가지 태울 것들을 달집 위에 얹어서 다 같이 태우기도 했습니다.

불이 활활 타올라 달집을 태웠기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거라는 옛날 속설이 먹혀들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몇번이고 두 손을 합장했습니다. 사람들의 소원이 하늘에 닿도록 말입니다.

잡아먹을 듯 널름거리는 불의 혓바닥을 빠져나온 불똥이 탁탁 소리를 질렀습니다.

마치 마음속에 쟁여둔 사악함을 몰아내라고 죽비를 치며 호령하는 것 같습니다.

검붉은 구름이 치솟았고, 땅의 소망을 신에게 전하기 위해 연기에 올라탄 불기둥이 하늘길을 터주었습니다. 사람들의 소망을 하늘에 전하기 위해 연기에 탑승한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너울거리는 불꽃의 뒤로 신기하게도 짙은 구름 사이로 지각한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달집 속에 매어 놓았던 달이 뛰쳐나갔는지 동쪽 하늘에 성큼 나타났다가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두둥실 구름 떼가 달을 삼켰습니다. 태화강 물줄기도 우렁우렁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절정으로 치닫던 불꽃도 광기를 접고, 사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잔불이 막바지 불꽃을 튀기면서 어둠을 물리쳤습니다. 달집이 재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여전히 남은 소원이 있는지 잿더미 옆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달집에서 사라진 보름달이 짙은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원을 거두고 액운을 태웠는지 궁금했습니다.

달집에 비손한 소원은 다 들어주겠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모습을 감추었나 봅니다.

돌아서는 데 십리대밭교 불빛이 너무나 황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