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3.20일 눈덮힌 치악산 山行記

在綠 2006. 3. 23. 20:10
두 번의 천재지변으로 3주만에 산행을 한탓인지 

오늘따라 등산 감각이 무디게 느껴졌다.

처음 온 악우들을 비롯해 첫 대면인 얼굴들이 많았는데도

낯설지 않고 정겨움으로 다가왔다.

<치가떨리고 악이 받힌다는 치악산>.

뻥뚫힌 중앙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넓은 세상을 헤쳐나가는 기분은 마냥 신이 난다.

 

아주 가까이서는 계절이 바뀌는 표정들이 역력하고

간만에 따가운 햇살을 머금은 햇살이 정형적인 봄임을

알려주고 있는 온화한 세상 끝자락, 치악산이

가까워 올 수록 산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두어번은 정복한 산이지만 그래도 힘든 산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에 애써 두려움을 달래 본다.

기억이 희미한 길을 나서는 것은 호기심과 기다림,

두려움으로 점철 된 길이기에 그러한가 보다.

산행길은 하나의 도전이며 모의 인생 체험인지도 모른다.   

 

구룡사 사리탑

 

신라의 고찰 구룡사 입구에는 아직은 차가운 한파가

휭하니 지나가는 모습이 역력하고 강원도 특유의

추위가 계곡전체를 휘저으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골 깊은 계곡의 봄은 늦게 오나 보다.

명사찰 답게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사리탑이 신성한

마음을 느끼게했다. 의상대사의 흔적도 묻어 있으리라.

구룡사 전경

 

본격적인 산오름이 시작되는 세렴폭포 까지 50여분을

걸었다. 얼음을 안고 있는 구룡계곡의 봄은 흰빛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이따끔씩 흐르는

계곡물소리는 봄을 희망하는 교향곡으로 들렸다.

 

아치형 구룡다리에서 나무계단을 타고 직선으로 올랐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순간 벌써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시작일 뿐 험란한 예고에 불과했다.

큰집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부산에서 세볔에 집에 온 탓인지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지만 허둥대며 산을 올랐다.

구룡다리 위에서 강종수 차기회장(제12대) 당선자

 

얼어 붙은 빙판 길은 미끄럽고 일부는 녹아내려

흙탕 길이 되어 힘듬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나무들이 즐비했지만

오늘은 그것들을 눈여겨 볼 시간이 없었다.

<붙임자료1> ※소나무,전나무,신갈나무,졸참나무,서어나무,층층나무,

까치박당나무, 단풍나무,복자기나무등 552종의 수묵이 울창하다.

또한 성황림과 구룡사 사찰림등의 울창한 산림에는 어치,멧비둘기,

알락할미새 등 여러 종류의 새들과 작은 짐승들이 살고 있다

 

정상이 가까워 올 수록 예상외의 복병인 쌓인 눈을

만났다. 여러 악우들이 아이젠이 없어 고초을 격고

눈을 머금은 산위 바람이 차갑게 불기 시작했다.

원자폭탄을 맞은 듯 갑자기 폭설을 맞은 치악산도 떨고 있었다.

나무가지에 걸려 오열하는 무시한 바람소리가

마치 악을쓰며 지나가는 듯 했다.

이겨울의 마지막 바람이 길 고대해 본다.

 

1,800여개의 나무계단이 있는 치악산, 김인기님

 

아스라한 사다리병창을 지나는데는 상당히

안전에 유의를 해야 했다.

강원도 치셋 말로 사다리를 놓은 듯한 벼랑길이란 뜻이다.

간만에 산을 찾은 휘만 악우가 비싼 지팡이를 병창<벼랑>

아래로 떨어트려 버렸는데 찾을 생각을 접고 그냥 지나쳤다.

구룡다리에서 700고지인 병창까지 767개의 계단을 올랐다.

 

눈으로 하얗게 덮힌 설원이 순백의 기억으로 다가와

잠시 잊었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인 줄로만 알았던 올 겨울의 눈을 다시보니

감정이 벅차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정상에 다가서자 눈의 양은 많아져 가고 힘은 더해 간다.

겨울눈과 달리 봄눈은 가볍고 부더럽게 느껴졌다.

발꿉에 밟히는 소리도 경쾌하고 포근하다.

눈을 깔고 앉아 치악의 세상에 안겨 본다.

하얀 눈은 나무가 있어야 제멋이 난다.

가지짓을 하는 나무사이로 겨울은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었다. 괜히 힘이솟구쳐 일어섰다.

눈위에 안긴 필자, 눈이 20cm쯤 되려나

 

근 2시간만에 인내와 용기로 정상을 정복했다.

1,878개의 계단을 딛고 올라 온 것이다.

봄바람이 주춤하는 사이에 침탈하여 자기의 세상을 만든 눈.

악명높은 소백산 정상에 버금가는 바람까지 세차게 분다.

한참을 정상에 서 있었고 형용할 수 없는 감흥으로

대자연이 전해 주는 진리를 경청했다.

돌탑사이로 신들의 모습을 보았다.

신의 손으로 밪지 않았으면 이 높은 1,288미터

산정상에 어떻게 돌탑을 세웠으랴.

원주시가지가 희미하게 보이는 눈 덮힌 정성에서

때늦은 감동을 토해내며 마지막 겨울의 무대에서

진한 치악의 추억 하나를 만들어 냈다.

1,288m 비로봉 정사에 선 필자

 

신의 배려인지 지금 나는 또다른 세상에서서

눈덮힌 세상을 휘호하고 있지 않는가?

내 발꿉아래로 보이는 저 무릉도원의 세상.

내가 꿈꾸어 오던 벅찬 감동으로 다가 온다.

추위를 피해 정상을 빨리 벗어 났다.

사다리병창 언덕 아래 지팡이 1개 떨어뜨려 5개를 더주운 위휘만 악우, 장하다

 

계곡길을 향해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다

산불초소가 있는 건물 앞에서 어렵사리 점심을 먹었다.

이쯤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 산행이다.

많은 악우들이 오르내리면서 병목이 되어 시간이

많이 허비되었지만 반면에 휴식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계곡방면의 등산로는 상당히 가파르고 미끄러웠다.

 

두고 오려다 찜찜해서 가져온 아이젠 덕택에 다행히

쉽게 하산을 했고 눈덮힌 계곡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얼어 붙은 계곡의 얼음덩어리가 끈질긴 겨울의 표정으로 다가온다.

긴 내리막길 막바지에 처음 올랐던 길과 만난곳까지 왔다.

세렴폭포는 꽁꽁얼어 붙어 그 수려한 모습은 흔적조차 없었다.

계곡이 얼음으로 덮혀 모진 겨울을 부여잡고 있었다.

더덕막걸리와 오뎅

 

긴 4시간 반의 산행이 끝난 주막에 더덕으로 빚은 막걸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정과 정겨움을 덤뿍 나누며 몇 순배 마신 먹걸리와 주막.

하산의 기쁨이 살아 숨쉬는 현장이다.

강원도 아낙의 손끝에서 껍질이 벗겨진 생더덕에

고추장을 찍어 먹어 본 향긋한 그 맛.

새로움은 늘 신기함을 느끼게 한다.

 

6시간 코스를 4.5시간에 주파한 시간이 4시다 자투리시간에

막걸리로 나눈 추억어린 만남은 등산인의 멋이었다.

이야기 도중에 혹자는 고향의 후배도 만나고 정겨움도 나누고...

고교 친구들과 회사 친구들 특히 타산악회서 만난 성아님과

조우를 해서 감회로웠다.

늦은 후미가 오자 말자 출발을 서둘렀다.

차안에서 하산주를 나누며 기쁨의 시간을 만들었다.

첫 산행을 오신 새내기들의 소개를 받았다.

힘차고 의욕에 찬 소감을 피력하는 그들의 목젖에서

무한의 희망을 발견했다

여러날을 두고 무한을 아끼며 격려하는 많은 악우들을 만났다.

산악회의 사무국장으로써 뚜렷한 밑그림이 그려지도록 많은

고견을 주신 악우와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올린다.

 

새로운 회장단이 선출되어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역동적인 산악회가 탄생할 기대를 해도 좋으리라 본다.

긴 계곡길을 내려오며 간만에 차기 회장님과

뜸금없는 대화를 나누었는데 모두가 희망적이고 

결의로 가득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상을 뒤엎고 울산에 당도한 시간이 이른 22:00였다.  

내일을 준비하는 일상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붙임 자료2>※꿩의 보은전설(報恩傳說) - 치악산의 유래

1천여년 전 신라 때 도사 한 분이 상원사로 불도를 더 닦으러 찾아갔다.

이 도사가 잠시 고갯마루에서 쉬고 있는데 별안간 꿩의 비명이 들려

주위를 살펴보니 구렁이가 꿩을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도사는 구렁이를 죽이고 꿩을 살려줬다.
도사는 다시 산을 오르다가 날이 저물어 잠자리를 찾아 다녔다.
마침 멀리 인가에 불빛이 보여 찾아갔더니 숲속에 집 한 채가 있는데

어여쁜 젊은 여인 혼자 있었다.
부탁을 하여 방 한 칸을 빌려 잠을 자는데 갑갑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 깨어보니 구렁이가 몸을 감고 잡아먹으려 하는 것이다.
도사는 '대체 왜 이러느냐?' 고 하니 '나는 당신이 낮에 죽인 구렁이의

아내인데 내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고 당신을 유혹했다'고 하며

'이 산중에 빈 절이 하나 있는데 동이 트기 전에 이 종소리를 세 번

울리게 할 수 있는 재주가 있으면 살려주겠다' 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때 난데없이 어디선가 종소리가 세 번 들려 도사가 살아났는데 헌

절터 종각에 가보니 꿩이 머리가 부서진 채 피를 흘리고 죽어있다.
이때부터 적악산(赤岳山)이 개명되어 치악산(雉岳山)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이때의 헌 절이 증축하기 전의 상원사라고 하며,

도사는 무착선사라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