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2.25일 송년산행 눈덮힌 팔공산 산행기

在綠 2006. 3. 25. 17:24
코스 : 수태골 휴게소-동봉-염불봉-신령재

         능성재-관봉-갓바위 시설지구

 

 

새볔 7시, 아직도 여명이 교차 되는 태화강 경관이

강물에 녹아내려 X-mas 기분을 냅니다.

요며칠 동안의 강추위 탓인지 오늘은 한산하게 붐비는

태화로터리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만 무한의 송년

팔공산 산행에 참가한 53명 악우들의 얼굴에

기쁨과 힘찬 결의 같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새로운 산 여행을 함께 떠난다는

이유만으로 분위기는 들떠있는 모습입니다.

 

건천휴게소에서 시원한 고디국으로 아침을 먹고

곧 바로 영천방면 국도로 접어들었습니다.

좁은 도로를 지나느라 어지러움도 느꼈지만 10시경에

수태골에 도착 실뱀처럼 길게 난 길을 따라 차가운

골바람 맞으며 송년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길옆 6천원 아이젠을 사서 빙판길에 대비하고 1시간

가량 줄기차게 동봉을 향해 산행을 했습니다.

엷은 눈으로 덮힌 산들이 아름다움을 주고 키큰 나무

사이로 세찬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엄살을 부리지만

산행은 정상을 향해 열기를 더해갑니다.

겨울이 자기들의 세상인냥 눈 바람, 칼바람 몰고와

나그네의 얼굴을 강타하며 여차하면 언덕으로 떨굴

시늉으로 위협을 가합니다.

그 많은 나목들은 엄동설한을 피해 살아남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이렇게 세찬

바람을 이겨내고 있나봅니다.

준비하는 대자연의 신비에 감복하며 산을 오릅니다.

 

대장봉 격인 비로봉이 군사시설로 통제되고 덕분에

동봉이 사또 노릇을 하는 송년산행.

세찬바람 불고 백설의 차디찬 눈 살이 휘날리는

나즈막한 동봉 정상을 즈려 밝고 지나갔습니다.

아름다운 바위와 나무들이 치장한 봉우리 마다

참 멋이 일기시작하고 산행의 열기는 고조됩니다.

 

그렇게 6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그야말로

혈투 같은 인내심을 불태웠습니다.

아스라한 길을 넘나들고 미끄러운 빙판길에 나뉭굴기

도 하며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했습니다.

절벽아래로 떨어질 두려움 마다하지 않고 때론

엉금엉금 기어 오르고 때론 거미처럼 붙어 그 어려운

난코스를 통과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했습니다.

간만에 함께온 내 친구들과 눈 덮힌 산에서 동심을

불러 일으키는 재롱(?) 잔치를 벌였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설원에 엎드리고 싶다는

충동질이 손쉽게 이는 깊은 산속에 기쁨의 함성이

메아리가 되어 요란합니다.

눈 위에 나뒹구는 아름다운 동심의 표현.

어느새 우린 그 옛적으로 나락되어 추억에 젖습니다. 

 

눈덮힌 머나먼 길을 무사히 걸어 약사암 칠성당에

들러 마음속 소망을 빌었습니다.

언덕베기에 아스라하게 지어진 산사에 믿음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만원입니다,

너무도 가파른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붐비는

것을 보면 불심에 기대려는 우리네 정서를 이해 할것

같았습니다.

막바지 힘으로 갓바위 부처앞에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석불미륵 여래좌상 앞에는

어렵사리 이곳까지 찾아와 소원을 비는 중생들로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내가 빌어 본 소원도 꼭 성취되리란 강한 기대감을

가져보며 신라시대 어느 도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만들었다는 갓바위의 자비가 하늘과 산 바위와

어우려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립니다.

 

다리가 아파오지만 갓바위 시설지구 방면으로 하산을

했는데 계단이 너무나 가파르게 나있어 무릎에

충격을 많이 준것 같습니다.

주위사항을 등한시한 몇 몇 악우들은 반대방향으로

하산을 해서 혼줄이 났는데 장차 세심한 안내의

필요성 남긴 사례였으며 동시에

산행 가이드의 역할과 방법에 대한 대책수립의

필요성을 시사해 준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주차장 까지 6시간의 긴 산행은 무사히 맺음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희노애락을 접는 송년회를

버스안에서 개최했는데 새로운 다짐과 노고가 많았던

임원에 대한 감사로 마무리를 정리했습니다.

희생과 봉사와 무언 그리고 자기수련의 의지 없이는

수행하기 어려운 임원의 역할에 늘 감사와 격려를

보내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간만에 참가하신 이수만 명예회장님이 찬조한 양주와

엄영숙 회원이 찬조한 떡, 배순자 총무가 찬조한 

과메기로 회포를 풀며 아쉬움을 달래는 송년 산행을

화기애애하게 진행했습니다. 찬조에 감사를 드립니다.

회장님의 특단으로 일행은 넘쳐나는 인파가 붐비는

태양촌에서 송년의 밤을 아름답게 마무리 했습니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한 해.

한 해의 현장에서 우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산을 찾았고

기쁜 우정으로 하루를 보냈으며 다사다난한 역사를

창출했습니다.

구름도 못오를 곳곳의 저 높은 산정을 수없이 오르며

때론 감회로 때론 산신령이 되어 어머니 품속 같은

대자연의 품속에서 삶의 희열을 맛본 한 해.

어머니 무릎위를 기어 어르는 아이의 마음으로 산에

오른 우린 산을 숭상하며 산의 맛을 공유했습니다.

 

이름모를 산새들이 자기 이름을 부르며 노래하던

아, 세상 그어느 것보다도 아름다웠던 산,

오른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기 발로 걸어야만 되고

올랐으면 어김없이 내려오는 길이 있음을 일깨워준 산

 

산정위로 불끈 솟아오르는 저 황홀한 태양을 기다리는

새해. 악우들이여

새해에는 그 황홀하고 정열적이며 희망과 소원을 품은

아침의 태양 처럼 그런 무한인 이기를 기다림해 봅니다.

내내 건강하고 다복하고 가내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며 그간의 협조에 깊은 감사를 잊지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