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태 고향 왕피천으로 달려간다. 등허리를 긁어 손이 닿지 않는 두메다. 사상 초유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동해는 물감을 뿌려 그린 수채화같이 푸르기만 하다. 두런두런 펼쳐지는 풍경이 부산에서 보낸 고교 시절 방학, 포항에서부터 비포장도로에서 고생한 멀미와 먼지, 포플라 가로수에 얽혔던 고생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고즈넉하고 평온한,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그때의 풍경은 소소한 정겨움이 남아 있다. 망양정 휴게소 언덕 아래에 펼쳐지는 풍광은 선경에 버금간다. 주상절리 같은 기암괴석에 출렁이는 하얀 물비늘과 동해의 이질적인 경관이 시야를 농락한다. 소용돌이치는 와류(渦流)와 옥빛 바다가 조화를 이루었으니 신선도가 따로 없다. 버스는 화무십일홍 배롱나무가 서 있는 성류굴 가기 전에 왼쪽 다리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