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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1.13일 눈 덮인 무등산 옛길을 걷다.

在綠 2021. 2. 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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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 원효사 주차장-물통거리-장재불-입석대-정상-서석대-물통거리-원효사 주차장(5시간 소요)

 



원효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11:20분 남도 광주 무등산까지

4시간 20분 동안 내 달렸다.

원효사로 가는 좁은 도로에는 눈의 흔적이 없고 차멀미가 난다.

올 들어 첫 산행인 무등산 옛길을 따라 등산을 시작했다.

들머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린 눈의 두께가 두터워 진다.

울퉁불퉁한 바위길에 눈이 녹아 미끄럽기 시작한다.

눈이 시린데도 푸른 자태를 잃지 않고 바람에 서걱 이는

소리를 내는 조리대의 작은 몸짓이 귀엽게 조인다.

대나무로 만든 복조리가 추억을 타고 떠오르기 시작한다.

인파가 길게 줄을 서기 시작하면서 막힘이 계속 된다.

 

 

 

눈의 두께가 무등산 옛길을 백색으로 수놓기 시작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스틱으로 글자를 새겨 본다.

아무런 생각도 꾸밈도 없이 큼직하게 글자를 쓴다.

'$' 표시를 했다. 불심과 부자를 소원 하는 나를 보고 놀랐다.

아무런 생각없이 끄집어 낸 자아에서 '$'이 씌어진 것이

기분을 좋게 했다. 뭔가 좋은 징조가 생길 거라는 감이 왔다.

기쁨은 등산을 한층 더 환희로 몰아 온다.

곳곳에 스토리텔링이 입간판을 타고 전해 온다.

그 옛산 담양에서 광주 장날을 오갔던 보부상들이 남긴

애환이 줄을 서서 아야기를 들려 주는 듯 하다.

소를 몰고 넘던 한 많은 고갯 길이 클로우즙 된다.

이럴 때는 괜히 혼자있고 싶어진다.

무념무상 나 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겨울잠을 자는 나무들은 눈에 발목을 담그고 몸을 사린다.

눈 덮인 대지는 차가웠지만 나무들은 물기를 빨아 들이며

생명수를 보충하고 있는 듯 했다.

죄다 지우는 능력을 지닌 눈이 부럽다.

자기 색깔로 지울수 있는 능력을 지닌 눈을 본받고 싶다.

내 마음의 번뇌를 지우고 편린까지 지울 수 있는 눈이 부럽다.

인파로 길은 계속헤서 조금씩 밀렸다.

아이젠을 찼기에 걸은 더디고 미끄러움에 위험이 도사린다.

봄 같은 날씨라 비지땀이 쏟아진다.

 

 

 

가파른 능선을 오르자 물통거리에 당도했다.

높은 산이 드문 호남에 그래도 무등산이 너무 높아서 등급을

매길 수 없어 무등산이라 이름 지었다 했다.

21번째 국립공원이 되었다. 그런 시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장불재 가기 전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가파름이 덜한

입석대를 향해 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몰리 입암이 보인다.

길게 무더기로 서있는 동기둥이 신비를 자아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신바의 돌에서 신성함이 나온다.

5~8각형 동기둥이 10~15m 높이로 하늘을 향해 서있다.

바닷가에서 누어있는 육각진 암반석이 무등산에 서있다.

무등산주상절리가 압권이다.

 

 


석축으로 된 단을 오르면, 5~6각형 또는 7~8각형으로 된 돌기둥이 반달같이 생긴 입석대가 서있다.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겪어 온 입석대는 하늘에 닿을세라

우람하게 늘어서 있다.

'본립도생'을 여미게 한다.

기본이 바르면 앞길은 자연히 생긴다는 말이 생각난다.

'무사지오' 스승 없이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입석대다.

입석대를 지나자 약간 경사가 진 능선을 오른다.

백마능선이 보인다.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이 백마의 갈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설을 따라 승천암을 지나자 억새밭이 펼쳐진다.

무등산의 전설을 경청하며 정상에 당도했다.

 

 

 

산 위로 1,118고지 무등산 정상이 군부대로 인해 통제된다.

발 아래 광주의 모습이 뿌옇게 보인다.

미세먼지로 덮인 광주가 초라하게 보인다. 역사의 피가 흐렀던

광주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지나간다.

군부대가 있던 넓은 자리에는 억새가 누워 잠을 자고 있다.

봅이 오면 다시 태어 나 가을이면 장관을 이룰 태세다.

서둘러 미끄러운 눈 길과 싸움을 벌이며 하산을 시작 한다.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긴 길을 따라 하산을 했다.

수만 가지 현안문제가 나와의 독대를 종용한다.

독백이 아니다. 진지하게 나를 돌아 볼 대화를 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나와의 소통을 했다. 끝내는 시원해져 왔다.

마음속에 가득차서 오열하던 생채기들을 몰아 냈기 때문이다.

 

 

 

발에 와 닿는 통증이 아파 온다.

길은 풀어 둔 새끼줄처럼 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다.

푸짐한 눈이 녹으며 길이 미끄럽다. 위험이 가까이서 도사린다.

서석대를 만났다.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줄지어 서 있다.

햇살에 반사되어 수정처럼 빛나기 때문에 서석을 수정병풍이라

했다고 전한다. 서석대 돌 경치 병풍바위다.

아주 먼 옛 날 화산이 폭발 하면서 용암이 분출 되었고

그 바위가 식으면서 만들어 낸 신비한 주상절리다.

아이러니한 모습을 지닌 돌의 모습이 예술적이다.

 

 

 

올라왔던 원효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다리에 아이젠의 굴곡이 전해지면서 통증이 온다.

아픔은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라 치부하며 내려 선다.

여전히 눈은 대지를 덮고 나무들은 잠을 잔다.

잠에 든 산을 깨우기 싫어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산의 세상은 신령하고 경외심을 일게 한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 신성한 종교를 일게한다.

산 속인데도 산이 앞서서 나를 지켜본다.

자연 자체가 종교로 다가오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가쁜 호흡을 배 아래까지 내려오게 만든다.

 

 

 

원효사주차장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주변 식당에서

하산주를 나누며 2019년 이자 25대 첫 산행을 마무리 했다.

김문근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들이 솔선수범 앞장서서

봉사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 온다.

책망하는 것을 없애고 칭찬하는 것이 많은 무한을 만들기

위해 잘 리더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노고가 많은 그들에게 뒤에서 박수를 보낸다.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젊은 그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나무는 뿌리가 먼저 늙고, 사람은 다리가 먼저 늙는다.

어떻게 우아하게 사는지 무한이 답을 줄거라 믿는다.

'행복'이란 재앙이 없는 삶이 이어지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무한이라는 둥지에서 취미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악우다.

무한과 함께하며 늘 내 생일 같은 날을 만드는 것은 제 몫이다.

꼬리가 없는 우리는 날거나 흔들지는 못한다.

소박함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면 날 수가 있다.

마음의 날개는 자신이 다는 게 아니고 악우가 달아준다.

무한과 함께 하며 나는 법을 익혀야 제 멋이 난다.

늘 무한과 함께 하며 생일 같은 날이기를 기원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