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10.23일 가을의 무대 부봉, 문경새재를 넘다

在綠 2006. 3. 25. 17:14

코스 : 하늘재-탄항산(월항삼봉)-959봉-부봉(1~6봉)

          조령제2관문-제1관문-주차장(소요 : 5시간)

 

찬바람이 부는 아침, 50명을 태우고 달리는 

무한호 창밖에 가을이 벅차도록 익어간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가 눈을 흘기고 먼 산에 홍엽

가득하니 계절의 흐름을 가까이에서 느끼게 되고

경이스런 소리를 듣는 고을 문경새재가 가까워 올수록

만추의 가을풍경이 신비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늘재에서  시작 해 곧바로 가파른 산을 올랐다.

숨을 가누며 차가운 바람이 부는 산을 오른다.

세상이 온통 단풍색으로 애워싸인 산을 오르는 기쁨.

월항삼봉을 돌파하고 959봉을 오르느라 힘들었다.

발아래 산 허리에 펼쳐지는 만산홍엽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세계를 질리도록 바라 본다.

 

부봉이 가까워 지자 바위와 하늘과 단풍이 연출하는

격조높은 멋이 다가온다.

아스라한 바위가 분재를 한 듯 아름답고

그 틈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나뭇잎새의 멋 단풍이

춤을 추는 가을날의 축제가 펼쳐진다.

 

1봉에서 5봉까지 오르는데 산넘어 산이다.

흔히들 인생을 산넘어 산이라 했던가?

밧줄을 타고 험준한 코스를 지나 스릴있는 산을 오르고

유격훈련을 방불케하는 코스를 넘나들었다.

몇 번이고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자연의 멋이

펼쳐지고 왼종일 기쁨에 겨워 미소짓는다.

 

정상인 부봉은 넓은 바위로 되어 있어 마치

구름을 타고 두둥실 천상의 세상을 유람하는 기분이다.

온 사방이 눈부신 멋덩어리다.

눈맛이 너무 아름다워 감회와 감탄을 반복한다.

무릉도원 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면 믿을까?

매사의 모든 일이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상념에 젖으며 가을이 내린 참멋을 체험한 기분이다.

 

마지막 6봉은 하늘 높이로 솟아있어 멋을 발휘하지만

많은 악우들이 올랐다 제자리로 내려왔다.

세상의 제멋을 구경했으리라...

 

하산은 평이한 길이지만 역광을 받아 눈부신

단풍이 다시 한 번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세운다.

하늘을 가려 틈새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면

아직은 연두빛 풀잎에 너무도 황홀한 빛의 예술이

긴 골짜기를 타고 펼쳐지는 무릉도원.

어느새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인생을 생각했다.

긴 여름날
염천(炎天)을 이겨내낸 나뭇잎새를
세월이 내 몰았나 섭세(涉世)가 고달팠나
가득 인 홍수(紅首)마저 하나 둘 떨굼은
섭리(攝理)에 순응하는 회한(悔恨)의 몸부림.

 

가진 것은 모조리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을 나무.

매사에 먼저 대처하며 다 버리는 용기.

그런 자연의 섭리를 꼭 내 인생에 실천하고 싶다.

황홀한 하산길의 희환을 개울물에 묻어버리고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 하며 돌아온 문경새재

그 아름다운 10리 길을 걸었다.

산을 오르며 무리한 다리가 반작용을 한 듯

걸음걸이가 날아갈 듯 요동을 친다.

넓다랗게 잘 가꾸어진 토사길을 따라 고운 단풍이

너무도 아름답게 자태를 뽐낸다.

 

그 옛적 주막도 길가에 있는데 옛 선비가 되어

주모를 부르며 술을 청한다.

한양까지 가는 지름길인 문경새재에 얽힌 역사의

드라마가 고스란히 연상되는 듯하다.

 

과거에 급제하여 돌아오는 기분으로 새재를 걸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올 10월에 두 번의 과거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번다 급제를 했다.

나는 지금 과거에 급제한 선비가 되어 금의환향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백화점 주최 백일장에서 금상, 울산상공회

의소 주관 공단문학상 공모에서 우수상으로 급제했으니

 네 자랑만 해서 안됐지만 그러 기분으로 새재를 걸었다.

문학이 취미인 내게 산행후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무척 어려운 관문을 우수하게 통과했으니 더 기쁘다.

오는 11월4일 7시에 문수구장에서 제17회 울산산업

문화 축제 개막식때 시상식을 가지는데

설운도를 비롯한 최진희, 휘성, 거미, 린, 파란, 민지

등 유명가수가 출연하고

공단가요제가 함께 열린다고 한다.

 

제2관문을 지나 태조완건의 무대 제1관문까지

희열찬 모습이 계속헤서 펼쳐진다.

태조왕건 촬영세트를 구경하고 멋진 문경의 개울가에 

손을 씻는다. 주흘산의 모습이 그림으로 보이는

문경을 떠나 기분좋은 귀로에 오른다.

지나간 세월을 밟아 가듯 불타는 단풍속 낙엽을 밟으며

가득한 가을 향기를 맡았던 하루를 추억에 담는다.

 

내 삶의 결실을 향하여 여유로운 가을을 맞이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