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삼양마을-아랫재-가운산방-심심이골-삼양마을
휴가로 한산한 동천체육관 앞에는 16명의 악우들이
공백을 깨고 참가했다.
여행이란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넓은 범주로 나아가
더 큰 자신의 울타리를 만들어 기는 과정이라 했다.
미지의 원시림으로 가득한, 인적이 드문 심심이골로
가는 길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시현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비가오는 것은 기정 사실이고
변경 한다는 것은 이유가 되기에 부족하고..
리더는 대비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작년에 뜰의 풀을 베어준 아랫재 대피소를 대안으로
먹구름이 마구 밀려오는 밀양 삼양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온통 과수원으로 가득했다.
주렁주렁 열린 사과들의 영글어가는 풍광이 풍요롭다.
무궁화 꽃이 촌가 울타리에 만개하여 아름답고
사과밭 사이로 가을을 준비하는 옥수수도 운치롭다.
동심어린 봉선화도 작은 키로 길섭에서 제멋이고
수 많은 농원의 간판들이 마을을 장식하고 있었다.
사과는 가지 가득히 풍년이다.
아직은 푸른색채의 사과들이 얼음골 사과의 브랜드로
우리들의 세상에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과수원 중간에 지은 그림같은 집이 멋을 더해주는
마을을 지나고 아랫재를 향해 힘겨운 걸음을 옮긴다.
운치를 더해 주는 것은 울타리를 가득 매운 꽃들이다.
분홍색 및 흰색 배롱나무가 즐비했다.
우리가 보아 주지 않았다면 저 꽃들은 그냥 지고
무명의 흔적만 남기고 지고 말았으리.
따고 싶다는 유혹을 억제하며 마을을 벗어난다.
농약을 살포하는 모습에 그런 충동은 금새 사라진다.
아름답고 추억어린 키다리꽃이 한창이다.
두 악우의 모습이 금새 키다리꽃에 빛이 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 스며난다.
카페를 닮은 꽃으로 덮힌 집들이 운치를 주고
여름을 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쳐있어 보인다.
꽃은 다시 봐도 아름답다.
인생의 화려한 날은 꽃이 만개한 즈음이 아닐까
꽃들의 화려한 날은 이제 시각을 다투며 흘러 가리.
배롱나무(백일홍)
마을을 지나는 20여분은 참으로 화려한 모습이었다.
마을을 벗어나 고개를 향하는 길은 짙은 연초록
나무로 숲속의 여로를 잉태해 준다.
매미 소리 가득하고 오늘따라 짊어진 베낭이 힘겹다.
고기를 가득 넣은 탓인지 산오름이 진을 �다.
몇 번이고 쉬어가며 그 고개를 넘는다.
햇살이 모습을 감춘 숲속길은 어두컴컴하고
뒤돌아 보이는 멀리 천황산에는 멋진 구름이 걸려서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하여 준는 가운데
마을 전체의 모습이 내 사각진 디카에 잡혔다.
비지땀을 흘렸다.
삼겹살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무거워 온다.
먹구름이 밀려오는 운문산과 가지산에는 금새
큰 비가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고 일행은 황급히
아랫재 대피소로 줄행랑를 쳤다.
들판에 핀 술패랭이꽃
다행히 잘 정돈이 되어 있는 가운산방(加雲山房)
에는 촛불도 있고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가지산과 운문산의 중간에 있는 대피소격인 산방인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마음씨가 너무도 고맙다.
비가 지나갈때 까지 그곳에서 우리는 준비해온
삼겹살과 그시기 고기(?)로 운치있는 식사를 했다.
긴 벤취를 가득메운 가운데 비는 소낙비를 여러차례
뿌린후 저만치 물러 갔다.
자연스럽게 추억 하나를 만들어 버린 일행은
산방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기(?)를 치고 줄행랑을 친 4명의 중견 여성 악우들은
준엄한 하늘의 큼직한 물줄기 맛을 보았으리...
재치꾼 이성희님의 원맨 쇼가 재미를 더해 준다.
야외 공연의 끼를 감상했다.
부른 배를 안고 비그친 틈을 타서 심심이골로 향했다.
여수에서 온 산악회 악우들이 운문산을 오르고
석남사에서 가지산에 올라 삼양리로 향하는 나홀로
산꾼도 만나는 등 많은 악우들이 즐산을 하는 아랫재.
길섶에 샘터가 나그네의 목을 축여 준다.
물맛이 너무 좋다.
심심이골 가장 수려한 합수점까지 이동했다.
가뭄에 계곡은 목말라 하고 있었다.
그 많든 물들은 어디로 증발했는지 도랑물 수준이다.
굶주린 계곡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아 황홀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계곡은 큰 포용력으로 우리를 안아준다.
심심했고
사람이 그리운 모습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는 듯하다.
이성희님의 동심이 발효되었다.
한 바탕 웃음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른다.
하늘이시여.
깊은 계곡을 무단 침입하여 큰 웃음 소리를 내는
우리를 용서 하소서.
간식으로 라면도 끓이고 커피도 끓이며
짧은 축제의 시간은 그렇게 즐거이 지나갔다.
대화는 산에 대한, 산악회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그런사이 바위를 뚫고 흐르는 시냇물은 저만치 가고
우리들의 시간도 지체없이 흘러갔다.
밀림으로 우거진 숲속을 트레킹하며
아쉬움으로 제 자리로 향한다.
많은 느낌과 즐거움을 준 하루가 즈문다.
함께한 일행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차량을 준비해준 호순님과 노태호님
거시기 고기(?)와 삼겹살을 찬조해준 우수호님.
주류일체를 찬조해준 이용근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8.12일 울진의 백암온천을 넘어
선녀골(선시골)에서 또다른 여름날의
원시림을 맛보길 기대해 본다.
그곳에 가면 참으로 귀한 자연의 모습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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