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산기계공고 총동창회 산하 곰솔문학회 회장 10회 배재록
모교 총동창회 동문 등산대회가 열리는 영천 은해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만난 반가움이 가득했다. 삼라만상은 화사한 꽃과 신록이 형형색색 풍경을 보여주며 나들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무언의 만감이 교차한 '2024 총동창회장배 동문 등산대회' 참가기를 포스팅한다.
은해사 주차장에 내려서 행사장까지 이동하기 위해 걷는 먹거리 식당들이 각자 이름표를 달고 환영했다. 편리한 식당에 총동창회서 지급한 식권으로 '동일한 메뉴 점심 식사'를 하도록 예정된 곳이다.
마을 안쪽까지 흐르는 봇도랑의 물이 초여름 햇살을 받아 눈부신 윤슬로 환영을 했다.
대회가 열리는 은혜사가 있는 경북 영천시 청통면 청년회가 내건 환영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을 찿아온 손님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주려는 지역주민들의 호의가 느껴졌다.
행사장에는 각지역 동문회의 기가 대회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고 있는 가운데 접수처에는 이번 대회를 주관한 대구지역 동문회 진행요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영천시의 브랜드인 별이 눈에 띄는 분수대 옆, '감성을 입다. 은해사에 있다.'는 표현이 멋있다.
동문 등산대회 시작을 알리는 '팔공산 은해사' 편액을 단 천왕문을 통과 했다. 편액은 은해사 조실을 역임했던 동곡 일타스님의 글씨다. 뒷면에 천왕문이란 글씨가 보였다.
팔작지붕이 운치가 있었다. 사찰은 일반적으로 출입문인 일주문을 지나는 것이 먼저인데 생략되고 천왕문이 일주문 역할을 겸하고 있다.
천왕문 안에 봉안된 사천왕상은 수미산 중턱에 사는 신으로 불교에 귀의하여 동서남북의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이다. 동방지국천왕은 나라를 다스리고, 지키며,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으로 항상 손에는 비파를 들고, 음악을 연주하며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왕이다.
서방광목천왕은 크게 부릅뜬 눈으로 인간의 선악을 살피고, 나쁜 것을 물리치기 위해 손에 용과 여의주를 쥐고 있다.
북방다문천왕은 사천왕 중 우두머리로, 부처님의 도량을 수호하면서 불법을 듣고 불자들에게 불법을 전하는 보살이다. 한 손에는 부처의 말을 전하는 보탑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부처가 계신다는 것을 알리는 보당을 들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연등이 달려 있는 천왕문에서 보화루까지 울창한 숲길인 '금포정'을 걷는다. 1714년 조선 숙종이 이 일대 땅을 매입해 소나무 숲을 조성해 조성한 것이 시원이다.
높이 10여미터 300년 된 송림이 2km 이어지는데 일체의 생명을 살생하지 않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란다. 과거의 나무를 기리기 위하여 금강송 2천여 그루를 더 심었다 했다.
100년 된 참나무와 느티나무가 붙어 사는 '사랑나무 연리지'가 눈길을 끈다. 연리지 중 매우 희귀하단다.
부도탑은 은해사를 거처간 고승들의 사리는 물론 고승 대덕들이 모셔져 있다. 1200년 고찰 은해사의 스토리텔링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 듯 마음이 엄숙해 왔다.
해탈교 격인 은해교를 건너기 전에 '대소인하마비' 가 눈에 띈다. 대소인 누구나 말에서 내리라는 표시다. 우렁우렁 흐르는 은해사계곡 물소리가 청량하고, 단애가 형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보화루는 연화대좌의 뜻인 보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여느 사찰의 호위무사처럼 지키고 있다. 화려한 단청이 남아 있지만 처마에는 세월의 흔적이 완전히 남아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편액이 엄숙하다. 추사의 글씨를 흠모한 주지 스님 부탁으로 은해사에는 5점의 현판과 편액 글씨를 남겼다. ‘보화’란 화엄경의 불보살 세계로 불이문의 역할을 하는 깨달음의 관문이다.
은해사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의 자리를 지키는 1200년 된 경북지방의 대표적인 고찰이다.
809년 조카 애장왕을 시해하고 즉위한 신라 41대 헌덕왕 때 창건한 사찰로 8개 암자가 있다. 죄를 뉘우치고 업장을 소멸하고자 했던 왕의 염원을 담고 있다. 은해사는 사찰의 웅장함이 안개 끼고 구름이 피어나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해서 지은 이름이다.
극락대전은 과거 대웅전이다. 창건 1200년이 되던 2009년 복원 중 아미타불이 나와서 이를 봉안한다는 의미로 극락대전으로 변경했다. 아미타 도랑이 된 사유다,
수령이 450년 넘은 높이 10m 둘레 3m 향나무가 연등에 가려 얼핏 보인다. 세 그루가 세파를 견디기 위해 한 그루처럼 부둥켜안고 살다가 하나로 되었다고 한다.
법당에는 1874년에 난 화마를 피한 극락전의 아미타불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대세지보살이, 오른쪽에는 관세음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후불탱화는 조선 영조 1750년에 그렸다고 한다.
지장보살을 모신 지장전이 우아하다. 단서각은 혼자 수행해서 깨달은 독성을 모신 독성각으로 불보상과 나한들이 거처하는 곳이다. 독성각은 일반적으로 나반존자를 봉안한 불교 건축이다.
팔작지붕과 공포 장식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불교건축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삼천불은 관세음 2천개 불상과, 지장보살 1천개 불상이 있다. 스님이 공부하는 설선당, 고승들의 얼굴상을 모신 조사전이 있다.
범종루에는 법고 대신 철로 만든 금고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생의 가죽을 두드리지 말라는 알타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그렇게 했다.
등산에 나섰다. 은해사 소원길 종주 코스는 26.4km로 18시간이 소요되는 난이도가 있다.
중암암까지 9.2km 를 왕복할 참이다.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인데 숲길이라 덜 하다. 길옆의 작은 계곡이 동행한다. 은혜사에서 신일지까지는 소나무와 활엽수가 운치를 주지만 오르막길이 쉽지는 않다.
계곡 물길이 굽이쳐 흐르면서 앙증맞은 작은 폭포와 소를 만든다. 좁은 바위틈을 지나며 내는 소리가 아름다운 연가로 들린다. 속세를 벗어나 들어보는 자연의 솜씨라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2.5km 걷고 나니 신일지를 만나고 코스의 갈림길에서 안내를 맡은 대구지역 동문들과도 조우를 했다.
백흥암은 용이 승천하는 팔공산에 구름이 많이 일어나 용의 승천을 돕는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인근 태실봉에 조선 인종의 태를 묻는 바람에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된다. 또 정조에게 완문을 하사받아 태실의 수호와 완문 수장을 빌미로 연중 사월 초파일에 개방한다. 오늘은 절의 배려로 입장이 가능했다.
백흥암 극락전은 심검당, 보화루, 진영각이 에워싼 네모난 공간 미학이 걸작이다. 은은하고 고풍이 살아 숨 쉬는 조선 중기의 목조 건축은 단청을 해서 차분한 고색이 서려 그윽하고 유려하다.
고요하고 단정해 무욕의 세계로 인도한다. 수십 명의 수도자가 모여 증진하는 도량이지만 적요하고 정밀해 반야의 칼을 벼리는 지혜의 품 안 같다.
보물인 극락전 수미단은 높이 1.25m, 너비 4.13m다. 상상의 산, 수미산 모양 단을 만들고 그 위에 불상을 모셨다. 단마다 짐승과 꽃과 새들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 그 문양이 도드라진다.
중암암까지 산길을 걷고 있노라면 무아지경에 들어 천상천하유아독존의 호강을 누린다. 자연에서 치유를 받기 위해 번민과 생각을 내키는 대로 고백하고, 내면의 아픔을 마구 쏟아내 본다.
번민을 산길에 죄다 내려놓고 상쾌하게 걷는 자연인의 호강을 누리기 시작한다. 자연에서의 사유는 언어를 파서 새기게 하고, 기묘한 정서와 사고를 유발시켜 글감을 준다.
산길은 인생길 같아서 미래를 미리 엿보게 한다. 호흡음을 내며 걷다 보니 품은 번민들이 소진되고 마음이 비워진다. 명의인 자연이 치유해 주면 기분이 맑아지고 몸은 가뿐해져 평온함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걷는다는 것은 가장 동물적인 몸짓이요 살아 있음의 증표다. 두 발로 걷는 일이 줄어든 작금에 걷는 일은 값진 선물이다. 시인 용혜원이 설파한 ‘갇혔던 곳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나가는 행위’였다.
세상살이가 힘들 때마다 포근하게 안아주는 산길을 걷는다. 생명을 폐 속에 담아 건강한 노후와 순탄한 여생 길을 걸어갈 채비를 하는 것이다.
산의 기운과 지혜가 내 몸 안으로 옮겨 오고 있음을 질감으로 느낀다. 이럴 때는 내 안에 산이 덩그렇게 서 있어 자신감이 생기고 의지가 든든해진다.
굽이쳐 돌아가는 길. 하늘과 맞닿은 숲길에는 삿된 번뇌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그야말로 심산유곡이다.
경쟁에서 도태된 오목이 누워 있다. 더듬이로 포복하듯 나무 둥치가 땅에 누워 머리를 하늘로 쳐들었고 줄기는 팔처럼 벌렸다. 생명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인지 생존의 표상으로 비친다.
나무도 숲도 말이 없다. 가야 하는 방향을 안내하는 팻말만 반겨준다.
대자연의 경외감이 걷잡을 수 없이 차오른다. 거룩한 숲속을 바라본다. 무언의 깨우침인가. 생각이 깊어지니 무소유의 평온을 마음 판에 새기며 걷는다.
생명체를 먹여 살릴 물줄기가 폭포가 되어 흘러내리는 모습이 압권이다. 영혼을 담아 침묵으로 흐르는 물결이 신설한 생명수로 느껴진다. 굽이치는 물의 문양이 해독을 원하는 문자로 보인다.
팔공산 제일 기도 도량인 중암암을 900m 두고 행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왔던 길로 돌아섰다. 올 때는 보이지 않았던 길이 삐뚤삐뚤하다. 직선을 고집하며 살아온 인생이기에 곡선이 마음을 움직인다.
온통 숲의 세상이다. 하늘로 솟은 나무보다 땅에 몸을 댄 나무가 굴신의 소중함을 말해 주는 듯하다. 머리를 치켜세우고 앞으로 기어가는 나무를 통해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되새겨 본다.
누군가 나무에 달아 놓은 연등이 천사의 앞섶을 풀어 헤친 게 신령하다. 저절로 불심이 일어난다. 나무에 피어난 연등이 부루나존자를 닮았다. 거룩하고 무한한 무념의 설법을 하는 듯하다.
행사장으로 돌아와 점심 식사 후 만든 만남의 자리가 화기애애하다. 오랜만에 만난 벅찬 순간을 기념사진으로 남기고 잔칫집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주최 측의 성원에 힘입어 소중한 시간을 이어갔다.
천막을 친 만남의 장소에는 졸업 기수별로 만나 회포를 푸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어쩌면 동창회 산행대회의 특미가 바로 동문과의 마남의 지리이지 싶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이는 무대였지만 흥을 북돋아 주는 다양한 식전 행사가 화려하게 무데를 장식했다.
아랑장고 공연과 밸리댄스 공연, 브리즈온 콘서트가 화려하게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는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영천시 청통면과 은해사에 총 3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수상은 최다로 참가한 창원지역과 9회와 11회 동기회에 돌아갔다. 30명에게 10만 원 상당하는 농협 상품이 행운상으로 수여 되었으며, 600 동문들에게 영천 특산물, 이재환 총동창회장이 찬조한 이디아 기프트카드를 참가자들에게 지급되었다.
행사장에는 은은한 은해사의 불심이 흐르는 가운데 봄기운에 흥을 탄 동문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축제 속에 환희가 나왔다. 극락세계를 추구하는 은해사의 1200년 저력이 무대에 응축되어 있는 듯했다.
가슴 깊이 숨어 있던 학창 시절의 새싹이 돋아났다. 고교 시절을 여마게 한 소중한 만남이었고 인생의 지팡이가 될 동문을 만난 시간이었다. 인생에 활력소가 되어준 인연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
중년의 얼굴에는 그가 살아온 역경이 묻어난다고 했던가. 가시밭길을 걸었을 것이고, 자갈길을 걸었던 동문도 있었으리라. 학창 시절 꿈대로 살지 못하고 다른 길로 걸어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동문이란 인연으로 함께했다. 고달픈 삶을 잠시 내려놓고 고교 시절로 돌아가서 그런지 모든 동문들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들이 역력했다.
1000여 동문들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이재환 동창회장을 비롯한 동창회 임원들과 대구지역 동문회의 눈부신 활동이 돋보이는 가운데 성대하게 행사를 치른 뒤 막을 내렸다.
부처님의 광명을 받아 항상 밝음의 분위기 속에서 100년을 준비하는 동창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추신 : 총동창회 산하 공식 써클인 곰솔문학회는 동문 문학인으로 35명으로 구성되어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참가를 원하는 글쟁이 동문님들은 문을 두드려 보십시요.
'나의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도 각북면 용천사에 가다 (2) | 2024.05.16 |
---|---|
무한산악회 창립 30년의 노래 (0) | 2024.05.14 |
닭 볏 같은 계룡산(鷄龍山) (1) | 2023.10.24 |
주왕산 절골에서 대전사까지 (1) | 2023.10.10 |
10회 열들뫼+울산동기, 무룡산에 오르다 (1) | 202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