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청도 각북면 용천사에 가다

在綠 2024. 5. 16. 00:49

용천사는 청도군 각북면 비슬산에 있는 통일신라 승려 의상이 창건한 사찰로 동화사 말사다.

화엄사상을 널리 알리던 열 곳의 사찰 중의 하나로 670년 옥천사, 1261년 용천사로 개칭했다.

1805년 의열이 크게 중수했으며, 1천여 명의 승려가 수도했고, 암자만 100 개가 있었다고 한다.

 

절 입구에 큰 바위돌에 새긴 '비슬산 용천사'  국문, 한문 필체가 눈길을 끌었다. 비슬산 아래 산사에 있는 가람이라 그런지 산수가 아름답고 경내는 한적하기만 하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명부전, 산신각, 요사채 등이 있다.

대웅전은 못을 사용하지 않은 건물로서 기둥 목재는 칡덩굴을 사용했다. 목조여래삼존불이 있다.

우물에는 천년 물고기와 500년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했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다.

 

영산 회산도는 1749년 영조 때 제작된 석가여래가 인도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묘사한 대형 불화다. 대웅전 후불도로 봉안되었지만 도난되었다가 2014년 8월에 회수했다.

 

용천사를 들머리로 대동계곡을 따라 걸었다. 비슬산 뒷편에 있는 월광봉에서 발원한 계곡으로 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천수가 흐르는 계곡이다.

 

낮은 폭포가 아기자기하고, 녹색 영록한 물색이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비춰진다. 기암괴석과 함께 굽이치는 물줄기가 최고조의 비경을 연출한다.

모양이 다양한 바위 틈새로 청수가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봄의 연가를 부르며 유혹했다.  아름다움에 압도되면서 왠지 모를 고양감이 느껴지고 신록과 산벚의 싱그러움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계곡을 타고 산벚나무가 황홀경이다. 도심의 벚나무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이곳의 산벚은 그 어느 벚나무에도  뒤지지않을 만큼 걸작이다.

지고 있는 봄꽃 속에서 나름의 화려함과 화사함을 갖춘 산벚나무가 상춘을 즐기게 한다.

 

계공 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길가에 정글 같이 얽힌 덩굴이 자연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누군가 다래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페트병 안으로 수액이 고여들고 있다.   

 

완만하게 올라가는 오르막길은 주변의 경치와 녹색의 소나무에서 풍기는 상쾌한 냄새에 도취된다.

철쭉이 만개해 있을 비슬산 오름을 포기하고 나무 숲 사이로 난 호방한 황토흙을 밟으며 청도자연휴양림 둘레길을 걷는다.

 

길가에 놓인 맹수를 연상하게 하는 바위들이 섬득하게 느껴지는 외딴 산길을 걷는다.

탄생에서 죽음가지 오직 한곳에서 보내야하는 나무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상춘을 누려 본다.

 

지는 산벚나무 꽃과 피는 철쭉이 번갈아 보이는 산길을 산책하며 명상에 잠긴다.

잎이 되기 위해 꽃이 먼저피는 일반 벚나무에 비해  잎과 꽃이 거의 같이 피는 산벚나무라 보기도 좋다. 경판의 대부분을 산벚나무로 새기는 이유는 재질이 균일하고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산짐승이 나올 법한 동굴을 지나고,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서있는 길이라 긴장이 된다.

 

 청도자연휴양림에서 비슬산에 갈 수 있지만 산책을 위해 왔던 길을 뒤돌아 가기 시작한다.

2002년 6월에 개관한 이곳은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과 야영시설을 구비하고 있었다.

 

철죽 대산 산벚나무를 벗삼아 상춘을 즐기다가 들머리인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주자창 주변에서 할미꽃을 오랜만에 보았다.

흰털이 달린 꽃은 밑을 향햐여 꼬부라져 피고 꽃이 지고난 후의 종자는 노파의 백발을 연상하도록 하므로 할미꽃이라 부른다. 우리 나라 고유의 야생화라 정감이 갔다.

 

붉은 꽃무덤은 고개를 숙이고, 꽃잎은 여린 바람결에도 심하게 도리질한다.  할머니란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작금에, 야트막한 산기슭을 지키던 할미꽃마저 귀한 몸이 되었다.

한 집안의 꽃이자 인자했던 할머니! 할미꽃을 보며 세상을 떠난지 오래 된 할머니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