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창녕 남지 유채꽃 단지와 능가사에 가다.

在綠 2025. 4. 15. 16:17

거제 대금산 진달래 등산을 마치고, 단일면적으로는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33만 평의 낙동강 둔치 창녕 남지 유채꽃 단지에 들렀다. 입구에 들어서니 유체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부터 눈에 들어온다.

 

 

418일부터 시작하지만, 주말을 맞아 남지체육공원 일원은 인파로 북적인다.

통로에 길게 들어선 음식점을 비롯한 먹거리 부스는 축제에 버금가는 전초전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그윽한 사람의 냄새도 꽃향기 못지않다.

 

 

체육공원에 마련된 유채밭에는 눈길 주는 곳마다 풍경이 감동이다.

유채꽃밭과 낙동강의 절경이 어우러진 한 폭의 풍경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누군가가 씨를 뿌려 가꾸어 놓은 유체가 힐링 명소, 안식처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꽃이 만개하는 축제 무렵이면 튤립과 함께 화려하고 해사한 모습으로 꽃을 활짝 피울 보물이다.

 

 

발걸음을 옮기면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 제공을 위해 창녕 홍보관, 남지철교 갤러리, 허브 식물과 다육식물 체험관, 특산물 코너가 착착 들어서고 있었다. 그곳에서 상춘객들이 걷고 쉬어가며 기념사진을 찍을 것이다.

 

 

아직은 만개 되지 않은 노란 꽃망울과 파르스름한 잎이 달린 튤립과 유채꽃밭.

특별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다양한 포토존이 설치돼 상춘객이 붐볐다.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 고유의 음식을 소개하고, 민속춤을 추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벌써 야외무대에서는 각설이 등 각종 공연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너그럽게 걷노라면 '쾌활, 명랑, 희망'의 유채꽃 꽃말처럼 생동감이 넘치고, 밝은 기운이 생긴다.

자고로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 주는 데는 꽃만 한 것이 없지 싶다.

 

 

동요 '산토끼 노래' 발상지답게 다양한 캐릭터와 국내 최대 습지 우포늪에서 복원에 성공한 천연기념물 '우포 따오기' 조형물이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중심부에 설치한 빨간 풍차와 튤립정원, 유채꽃이 어우러져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메타세쿼이아 아래 맨발 걷기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유채꽃과 튤립이 꽃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마음에 노란 꽃을 들이면서 넓은 유채밭을 주마간산처럼 걷는다.

 

 

색색의 튤립의 풍경은 더한 아름다움이다.

풍차 곁에 서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노란 유채꽃, 그리고 튤립을 보며 호강을 누린다.

 

 

유채꽃 단지 옆으로 흐르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파란색의 남지철교 위를 걷는다.

낙동강을 가로질러 함안과 창녕을 연결하는 철교로 1933년에 개통해 1994년까지 60년간 이용됐다.

 

 

길이 391.4, 폭이 6이며 트러스트 리벳으로 결합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같은 양식으로 제작됐다.

6.25 전쟁 때 중앙을 폭파해 북한군의 도하를 저지했다.

 

철교에는 당시 총탄의 흔적이 있어 아픈 역사를 반추한다.

1953년 철교를 복구했지만, 현재는 안전상 문제로, 인도교로 이용되고 있다.

 

 

대신 바로 곁에 노란색 남지교를 건설해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태백시 황지못에서 발원해 1,300리 물길을 우렁우렁 흘러온 낙동강을 가로질러 걸자니 신령한 기를 받아서 그런지 마음이 고요해지고 힘이 관성처럼 솟구친다.

 

 

높게 설치된 교각 트러스가 마치 낙동강 물이 물결치는 듯 유장하다.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량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국가등록 문화재가 됐다.

 

 

다리 위를 걸어가며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빼어난 경관이 압권이다.

옛날 기강 나루터를 형상화한 나룻배 덱이 인상적이고, 철교와 낙동강이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옛 철교를 건너 함양 땅에는 용화산 능가사가 다소곳이 서 있다.

주상절리를 방불하게 하는 가파른 낙동강 암벽과 어우러져 동양화를 그려놓은 듯하다.

 

사찰의 풍경은 마치 이국적인 기분이 들게 한다.

옛 남지철교와 새 남지철교가 나란히 파란색과 노란색을 띠고 낙동강을 가르는 풍경도 인상 깊다.

 

낙동강을 보고 있는 용화산 기슭에 자리한 능가사는 1900년 초 태고종 용주사로 창건되었다.

1973년 능가사로 개명하며 해인사 말사인 조계종 사찰이 되었다. 아담하면서도 풍경이 있는 사찰이다.

 

 

낙동강 탐방로와 연결되어 있어 명소가 되었다.

능가사 이름의 유래는 대승불교의 경전인 능가경에서 따온 것이라고도 한다.

 

 

또 부처님이 설법한 인도의 명산인 능가산을 능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일곱 마리 용이 승천하는 형상인 용화산(龍華山)에 있어서인지 일주문은 없고 용을 조각한 2개의 돌기둥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하늘로 승천하듯이 올라가는 용 모양이 새겨져 있다.

 

 

절 입구에는 1999년 봉안한 약사여래입상은 능가사의 지난 시간을 새긴 비석이다.

중생의 질병을 치유하고, 안락을 주는 부처로 좌대에는 금강역사 신장님을 새겼다.

 

 

옆에 있는 포대 화상은 중생들의 고통과 번뇌와 슬픔을 포대 자루에 담아 다시 희망과 기쁨과 웃음으로 되돌려준다고 한다. 대웅전이 있는 1층 감로당은 요사채로 쓰이고 2층이 대웅전이다.

 

 

오른편 계단으로 올라가면 대웅전 현판 밑에 용왕이 그려져 있다.

이곳 절터가 옛날 용담 터라고 하니 용안으로 그린 듯도 하다.

 

 

절에는 대웅전, 관음전, 요사채, 범종루로 되어 있다. 승려 3명과 신도는 500여 명이 있다고 한다.

범종루가 신령하다. 대웅전 오른쪽에 관음전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인 남지철교를 건너가면서 낙동강 절벽 위의 능가사를 보면서 다시 한번 미적 아름다움에 빠진다.

낙동강 변에는 숨은 듯 팽나무가 신령하게 서 있다.

 

 

또 수령 524년이 넘은 불목이 능가사를 품어 호위하고 있어 토테미즘 풍의 경외심이 인다.

 

 

오늘은 여행이 아닌 수행이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명소에서 알지 못했던 사실을 살피고 배우며 호기심을 채운, 인문과 풍경으로 호사한 지적 활동이라 해도 좋으리라.

 

 

맑은 영혼을 찾은 순례자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감흥이 아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