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이 연초록에서 파란색으로 바뀐 6월, 연화도 수국이 초대장을 보내왔다.
초여름다운 영롱한 햇볕을 받은 수국이 우래 없는 진유(眞儒)이니 꼭 와달라고 했다.
그러나 통영의 작은 항구 중화 항으로 향하는 중에 연화도는 풍랑이 심할 것 같으니,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전갈을 받았다. 대신 섬이 에워싸고 있어 풍랑에 안전한 욕지도로 변경해 보내왔다.
산딸기가 지천이니 보신하러 오라는 추신을 덧붙였다.
그리하여 모두리 산악회 악우들과 동승해 욕지도로 향했다.
한려수도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섬으로 거북처럼 생긴 섬이 못에서 목욕하는 형상인 욕지도다.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7㎞, 뱃길로는 32㎞쯤 떨어진 섬이란다.
검푸른 바다 위를 달리는 화물 탑재가 가능한 여객선은 옹기종기 머물러 있는 섬, 파도가 잠시 머물다 힘을 보태는 섬, 연화도, 우도 등 크고 작은 섬 10여 개가 초병처럼 서 있다.
손으로 당기면 끌려올 법한 섬과 소꿉놀이하면서 40여 분 만에 욕지도에 도착했다.
면적이 14.5㎢에 해안선 길이 31km나 되는 연화열도에서는 가장 큰 섬이자, 국내에서 48번째로 큰 섬이다.
해군 제3함대사령부와 2019년 모노레일이 설치되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육지 같은 욕지항은 따가운 햇볕 우범지대여서 그런지 평온했다.
무인도 45여 곳, 부속 도서 55여 개를 거느리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왜구의 침입 때문에 실시한 공도정책으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다.
고종 때부터 주민이 살았다. 1887년(고종 24) 구진별장 김문언이 상소하여 개척을 허가받아 유민이 가능해졌다.
6.25 전쟁 때 피난민 때문에 2만여 명에 육박했다,
2023년 1,895명, 현재는 23만 가구에 주민 1,500여 명이 살고 있고 그중에 노인이 40% 가까이 된다고 했다.
‘알고자 하는 의욕’이란 뜻인 ‘욕지’응 1백여 년 전 어떤 노승이 시자승을 데리고 섬 동쪽을 마주 보고 있는 연화도의 상봉에 올라와 있었는데, "스님, 어떠한 것이 도(道)입니까?"라고 묻는 시자승에게 "욕지도 관세존도"라 대답하며 욕지도를 가리키더라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 화엄경 ‘생(生)을 알고자 한다.’라는 설도 있다.
조선 초기 고성 현령이 매년 봄가을에 욕지도를 비롯한 산천 신에게 망제를 지냈다.
1971년 국가 어항이 되었다. 터미널에서 1일 3회, 중화 항에서 1일 7회 운항한다.
해안도로의 순환도로를 따라 3개의 출렁다리가 있는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어쩌다가 네가 선두에 서고 말았다. 이 섬을 방문한 지 오래 지나서 그런지 생소하다.
넓게 보이는 바다와 섬들이 멀리서 그런 내게 응원을 보낸다.
마을 주민의 자문을 얻어 가파른 등산길 대신 평탄한 길로 올라간다.
갈림길에서 언덕길로 힘차게 올라서면 검푸른 바다의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풍경과 해안이 한 폭의 풍경을 조망하며 지름길을 걷는다. 해안에 있는 길이 30여m, 폭 1.8m 3곳 출렁다리를 지나 최고봉인 392m 천황봉 들머리로 걷는다.
뒤를 돌아보면 아직 그 자리에 서 맴돌고 있는 기분이다. 순환도로를 걷다 보니 곳곳에 펜션이 아름다운 섬의 옥에 티다. 거북의 발에 속하는 일출봉과 205.5m 약대봉 등 200m 내외의 산들이 조망된다.
보석 같은 초도와 외초도를 마주 보고 이슬이 쌓여 생겼다는 노적 마을은 열두 명의 주민들이 사는 어촌이란다.
바다는 파고가 높지 않고 호수처럼 잠잠하다. 한려수도의 풍경이 펼쳐져 황홀하다.
지형은 대체로 가파르고, 동서로 능선이 길쭉해서 중앙에 깊숙한 만이 있어서 천혜의 항구 지형이다.
구릉이 발달하여 경지 면적이 협소해 농토는 드물다. 바다를 낀 해안절벽이 발달하여 풍경이 압권인 암석해안이다.
팔손이나무·동백나무·풍란 등이 자생한다. 옛날에는 수목이 울창하고 가시덤불과 온갖 약초가 뒤엉킨 골짜기마다 사슴들이 뛰어놀아 녹도라 불렸던 섬이기도 하다.
정오의 햇살을 받으면서 오고 가는 배와 섬들의 풍경이 과히 이색적이다.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가 만든 해안 단애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약 10리 길을 걸어 새천년기념공원에 도착했다.
새천년에 새운 새천년 기념비는 2000년에 새운 ‘새천년의 땅 욕지’라 명명한 탑이다.
고등어 모형 조각이 있는 이곳에서는 새해맞이 행사를 연다고 했다.
욕지도 출생으로 욕지도를 배경으로 쓴 글을 2009년에 새긴 ‘돌아가는 배’ 작가 김성우의 문장비가 보인다. 화강암 받침에 가로 2.05m, 높이 1.23m의 오석(烏石)에 '돌아가는 배' 마지막 장 첫머리 부분을 새겼다.
욕지도 명물이 된 부리가 긴 펠리컨(사다새)이 먼바다를 향하여 날고 있는 모습이 유장하다.
'거북바위'가 주변 섬들과 어우러져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가파른 산을 오른다. 지치면 뒤를 돌아보며 그림처럼 펼쳐지는 망망대해와 섬들의 노래를 듣는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발아래 섬 풍경이 올라갈수록 신비를 더한다.
보석 같은 풍경은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지상 낙원이자 최고의 선물이다.
계단을 올라 정상을 눈앞에 두고 군사기지로 보이는 조형물 때문에 푯말을 세워 놓은 392m 천황봉에 올랐다.
내려오는 호젓한 외길 가에는 산딸기가 주렁주렁 열려 유혹한다. 아직은 신맛이 나지만 귀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섬에서는 보기 드문 상수도용 저수지를 지나자 불그레한 흙에 고구마밭이 있어 이채롭다.
건조하고 염분이 많은 토양 덕에 이곳 고구마는 맛이 매우 좋단다. 욕지고매라는 이름을 달고 팔린단다.
그래서 이곳 주민의 대부분 반농반어다. 고구마를 수매하는 농업협동조합 창고가 있었다.
욕지항 뒤에는 모밀잣밤나무숲(천연기념물 제343호)이 보인다.
상록활엽교목으로 사시사철 관람이 가능하다. 마을 주변에 100여 그루의 메밀 잣 밤나무가 이루고 있다.
욕지도에서의 산행과 걷기는 아름다운 풍경에 호강한 순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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