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청송 주왕산에 가다

在綠 2025. 11. 23. 08:00

 

가을이 멈칫하며 망설이던 2025119. 주왕산 주봉에 오르기 위해 청송으로 향했다.

사과로 이름난 청송에 접어들자 익어가는 사과가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예전 같으면 절정이었는데, 아직도 물들지 않은 단풍이 아이러니하게 여겨졌다.

인파가 붐비는 주왕산은 산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렸다.

자연의 품속으로 빠지는 묘미를 느끼며 인파를 따라 걸었다.

 

 

주차장에서 제법 걸어 도착한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때인 67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조선 현종 13년인 1672년에 임진왜란 때 불탄 보광전을 중창하였으며, 1995년 이후 명부전과 산령각, 탐진당 등을 이전 및 신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절의 명칭은 중국 주왕의 아들인 대전도군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본래 대사찰이었으나 여러 차례 화재로 상당 부분 소실되었다.

 

지금은 보광전을 중심으로 관음전, 명부전, 응진전, 산령각, 요사채 등이 있으며 절의 여러 곳에 있는 주초석들이 옛 사찰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현재 대전사의 부속 암자로는 백련암과 주왕암이 있다.

 

그중 주왕암은 조계종 대전사 부속 암자로 가학루, 요사체 나한전, 칠성각, 산신각 등의 당우가 있다.

당나라 때 주왕이 진나라의 복원을 꾀했으나 실패하여 주왕산으로 숨어들어왔다.

당은 신라에 주왕을 잡아 달라 요청하였고, 신라는 마일성 장군과 그의 형제들에게 주왕을 토벌케 주문했다.

 

 

세수하러 냇가로 나왔던 주왕은 마 장군의 화살에 죽었고 병사들은 승리를 알리는 대장 기를 기암(琪巖)에 세웠는데 깃대봉이다. 이는 주왕산의 상징으로 대전사 뒷산에 솟아 있다. 현재 대전사 뒤 기암 봉우리는 깃발 대신 울창한 소나무가 차지했다.

 

 

현재 주왕산은 2025년 초에 대형산불의 영향으로 달기폭포 인근 장군봉~금은광이 코스와 월외코스는 통제다. 다행히 주요 탐방로는 개방되었는데 가메봉 코스, 주왕산 계곡 코스, 주봉 코스, 절골코스, 갓바위코스 등 다섯 곳이다.

 

 

주봉으로 가기 위해 주봉마루길로 들어간다.

계단이 많은 등산길을 오르는데, 아직은 푸른 나무들이 계절의 탓이라고 열변하며 푸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법 가파른 2.1km 정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봉 3전망대에서 바라본 주왕산 풍경이 압권이다.

연꽃을 닮은 연화봉과 병풍바위가 사이좋게 조망되었다.

 

 

급수대는 신라 김주원이 절벽에 살며 식수를 퍼 올렸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학소대로 연결되는 거대한 수직 벽 바위들이 무리 지어 있다.

 

2.3km를 오르자 해발 722m 주봉과 만났다.

등산객이 줄지어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하다.

 

 

하산길은 단풍이 소소하게 물들어 주왕산 특유의 단풍을 보여준다.

가메봉 코스는 입산 통제라 후리메기 삼거리로 하산을 시작했다.

 

 

물소리가 들리는 단풍으로 이름난 계곡은 기온이 낮은 탓인지 오색으로 절정을 이루며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계곡 곳곳에는 누군가 쌓아 놓은 돌탑이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주왕산의 가을은 유난히 느렸지만, 서서히 단풍이 물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피톤치드를 내뿜는 울창한 나무들은 여전히 푸른색 가지로 위용을 과시했다.

 

 

 

적자생존의 법칙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한 숲속의 세계가 으쓱했다.

암반에 부리를 내린 나무들의 생명력을 느끼며 오르는 등산길이 사유를 불러왔다.

 

 

숲의 깊이를 느끼며 걷는 계곡은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더러는 낙을 흩날리며 '자연의 시간'을 천천히 보여주고 있었다.

 

 

절벽을 타고, 능선을 감싸며 은은한 빛을 낸다.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산길이다.

 

주왕산은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단풍과 푸른 하늘이 한데 어우러져 고요 속에서도 살아있는 듯한 풍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가을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잠시 시간을 멈춘 듯한 평온함이 느껴진다.

주왕산의 산은 그런 풍경을 말없이 보여준다. 따뜻한 가을의 정취 느끼게 한다

 

빠르게 빠져나온 계곡과 다르게 주왕산의 주력 등산코스는 사람들로 붐볐다.

과히 한국 3대 암산이자 조선 8경 다운 풍경이었다.

 

 

가메봉에서 흘러온 사창골에 있는 절구를 닮은 절구폭포로 향했다.

2단 폭포로 1단 폭포 아래는 선녀탕이라 불리는 돌개구멍이 있다.

 

폭호가 있고, 폭포 모습이 절구 모양처럼 생겼다.

옛날 제2 폭포라고 불렀는데 일제강점기에 금지했던 용을 넣어 원래 이름으로 복원했다.

 

 

주왕산의 가슴뼈와 같은 그 모습, 한복판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

3단 용추폭포는 주방천을 따라 약 1이어지는 용추(龍湫) 협곡에 있다.

 

신선 세계로 들어가는 길목, 좁은 문을 지나 다다를 수 있는 무릉도원이라 했다.

살며시 바위를 넘고 주방천 물길을 따라 흐르는 물도 정다운데 오묘한 바위가 곁들이는 산수화는 가을의 노래였고 감흥을 발산하게 한 서사시의 장관이다.

 

 

하늘로 솟구친 암봉은 동물형상 같고 신의 형상인 바위가 압권이다.

계류에 있는 바위들이 보이고, 멀지 않은 능선에 바위들이 고개 들고 있다.

 

길은 가파른 바위벼랑의 틈을 비집고 나 있다.

길이 320m3단 폭포를 이루고 있는 용추협곡 돌개구멍은 자갈과 모래가 물과 함께 소용돌이치면서 암석을 깎아 만들어진 탓에 둥글다. 용추폭포 1단인 선녀탕이 유장하다.

 

 

절벽 위에 청학과 백학 한 쌍이 둥지를 짓고 살았다고 전하는 학소대는 청학과 백학의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낙타 등 같은 산봉우리들이 넘실거리고, 시루봉 거석은 주왕산의 늑골 같아 보인다.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와 같다 하여 시루봉이라 한다.

협곡이 하늘을 찌르는 절벽에 흐르는 물줄기는 거세다.

 

 

길게 이어지는 주방계곡의 주방천을 따라 주차장까지 걸었다.

주차장까지 12km 거리를 4시간 만에 돌파했다.

호방한 길에는 가을이 사각거리고, 선경의 주왕산 풍경이 벅차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