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모음

3.26일 최고의 명소 향일암 금오산 산행기

在綠 2006. 5. 2. 23:58

산행코스 : 죽포리 느티나무-화훼단지-봉황봉-흔들바위

                        산불감시초소-금오산-향일암-임포마을-주차장

 

짙은 봄 향기가 눈과 마음을 유혹하는 대지와

낮잠에 취해 고요하고 넉넉한 남도의 검푸른 바다, 

옥구슬이 쏟아질듯한 파아란 하늘이 조화를 이루는

한려수도 여수는 황홀한 멋으로 다가왔다.

4시간 넘게 버스에 시달린 피로를 말끔이

씻어준 아름다운 남도의 파노라마에 넋을 잃었다.



450m 연륙교인 돌산대교를 넘자 짙은 갯벌냄새와

쌩뚱맞는 바다 냄새가 코를 진동하고 차가운

바람 한줄기가 송알송알 솟구친 땀을 씻기우는

오묘한 섬, 수백년 된 죽포리 느티나무에서 부터

산행 들머리를 시작했다.

 

따가운 봄해살 아래 염소들이 풀을 뜯고 화훼단지

답게 농촌의 풍광이 한폭의 동양화로 다가왔다.

첫 봉우리인 441m 봉황봉을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92명의 악우들중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으로 직행

하는 악우들도 있지만 대부분 긴 산을 올랐다.

산과 바다와 하늘이 한 눈에 보이는 섬 복판을

가로 지르는 산줄기를 타고 우린 그렇게 대자연과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단단하게 보이는 잡목들이 빼곡이 자라고 있는

산에는 아름다운 참꽃과 산수유가 수줍은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며 어여쁜 몸짓을 한다.

산모퉁이를 돌자 흔들바위가 출현했는데 아스라하다.

울산의 미인들을 보자 놀란 바위가 금새 또르르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롭지만 그렇게 천년을 버텨왔다

산정에 초소를 짓고 산을 지키는 연료하신

아저씨에게 오렌지를 건네는 울산의 후한 인심이

조의숙여사에 의해 발휘되는 모습이 참 좋았다.

가슴이 따뜻한 악우들이 많은 산악회였으면 좋겠다.



금오산을 목전에 둔 채 산림도로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했다. 11:20분에 시작된 산행이라

시장한 탓도 있지만 저마다 가져온 음식이 진수성찬.

바다와 꽃냄새 가득한 섬지방 복판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는 자체가 묘미가 있다.

향긋한 한재 미나리가 별미요, 저마다 집에서 가져온

미각을 자극하는 술들이 한 바탕 분위기를 북돋운다. 



20도 넘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보려고 연신 모자창에

내 손이 가고, 간혹 불어 오는 바람은 아직 차갑다.

내 연한 얼굴이 봄볕에 검게 탄것 같아 걱정이다.

 

산행을 시작해 4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이제는

힘은 들고 다리에 무리가 오며 지친다.

금오산은 지척인데 산아래에 펼쳐지는 풍경이

황홀한 눈요기로 다가 오고 격에 맞지도 않은

즉흥시 <다도해의 바다에 앉아>를 읊조려 본다.

 

바다를 응시하면 마냥

제목도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 온다.

짙은 청록색 바다

오늘은 곱기도 해라

 

저 곱고 실핏한 파도를 헤쳐

돛 단배 한 척 외로이 지나 가고

동경어린 멋은 환희를 불러 온다.

 

곡절 없는 꿈 가득한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넘고 싶었던 동심이여.

내 귀는 파도에 잠들고

내 여린 가슴을 파고드는

기쁨의 뭉치들.

 

싯뻘건 태양이

수평선 위로 미끈 솟아 향일암에 오르면

아, 나의 기도는

한마리 조가비가 되어 심해로 유람하리

 

다도해의 바다는 끝내 말이없었다.

나는 저 아름다운

다도해의 치마폭에 둘러 싸여

방랑의 삶을 살다

사그라지지 않는

그리움을 노래하리.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 해안과 바다 풍경,

바다를 항해하는 몇척의 배들이 그림 같이 보이고

기묘한 바위들이 연출하는 멋의 잔치에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정상에 암릉길은 거북이 등처럼 생긴 돌들이다.
실물과 같은 바위가 있고, 촛대바위,입석바위...


드디어 <해를 향한 암자> 향일암 앞에 섰다.

좁은 석문인 바윗굴을 지나자 입구에 많은 기와가

쌓여있고 불자들의 이름들이 무성하다.

사람들의 소망이 저 기와에 담겨 부처님께

알려지는 신성한 현장이었다. 실제로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바다는 마치 배를 타고

있다는 신묘한 느낌을 갖게 했다.



발밑은 급경사 절벽인데 수령이 100년이 넘는다는

큰 동백나무숲 군락지로서 깨끗한 빨간색 동백꽃들이

만개하여 너무나 아름답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절뒤의 암벽이 햇살을 받아

영롱한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금거북 형상의

기암절벽이 책 한 권 부피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원효스님 기도 도량 관음정 가는 길> 표시를 따라

뒷편으로 가면 전깃불을 단 좁고 긴 450m 바위굴

통로가 나오고 관음전 건물에 도착된다.

동해의 지평선을 향하고 있는 관음전의 모습도

 대웅전에 버금 간다.



대웅전과 관음전, 칠성각, 독서당, 취성루가 저마다

운치를 풍기며 향일암을 이루고 있다.

백제 의자왕때 신라의 의상대사가 지은 암자로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과

함께 한국의 4대 관음 기도처로 이름난 곳이자 임란때

이순신을 도운 승려군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항일암에는 금거북이의 전설이 얽혀 있는데,

풍수지리상 바닷속으로 막 잠수해 들어가는

금거북이의 형상이라 한다.

향일암 밑 바다로 뻗은 곳이 머리요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이 몸체인 셈이다.



임포마을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도로변의 각김치와 홍합이 잘 팔린다.

산행을 시작한지 꼭 5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산주는 대박횟집에서 찬조한 막걸리와 소주로

흥겨웁게 보냈다. 회장, 산행대장,상임부회장,

직전회장이 건배 제의를 하면서 분위기를 돋구었다.



돌아 오는 길은 마산무렵에서 부터 밀려 국도로

돌았고 막걸리 탓인지 자주 버스가 정차 해야 했다.

2호차의 경우 강흥순 홍보부장의 진행하에

흥겨운 노래방을 열며 지겹지 않게 왔지만

차가 밀리는 바람에 자정을 넘겨 울산에 도착했다.

 

멀고 긴 여행이었기에 무척 피곤했다.

그러나 피로를 잊게 하는 멋진 관광이 있었기에

뜻깊은 하루였고 사진속의 모습처럼 아름다운

멋진 사람이었으리라. 또한 장차 산악회 운영상

많은 개선을 해야 한다는 반성의 하루이기도 했다.

가슴이 따듯한 무한산악회를 애호하는 악우들이

많이 찾아오길 소원해 본다.



이제 5월이면 차기 집행부인 13대회장단이 구성된다.

새롭게 회원이 된 악우들이 다수 임원으로 피선 되길

기원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산악회에 봉사할 악우들을

학수고대 해본다. 그리하여 그들의 손에 의해

모범이되는 무한산악회로 가꾸어 주길 기원한다.

 

우리 모두는

산은 부자나 궁핍자나 다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산에 올랐으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는 것도 안다.

산은 또한 절대로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어린아이가 어머니 무릎위로 기어오르 듯

우리가 산을 올랐 듯.

11년 역사의 무한산악회는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산의 철학으로 지탱해 오고 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자기가 설자리를

철저히 지키는 대자연의 질서 처럼 무한산악회는

그런 질서를 지키도록 요구 받고 있으며

말보다는 실천을 중요시하고 있는 그야말로 순수한

시민을 대상으로하는 산악회임을 자부하고 있다.

 

산이 말이 없듯이

우린 유창한 말보다도, 비난하는 말보다도

묵묵히 실천하는 악우들이면 그 누구도 회원이길

거부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꾸려가고 있다.

수 많은 나무들이 어우려져 꽃피고 새울 듯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먼 훗날에도 우리는 늘

아름다운 무한인으로 남길 기원해 마지않는다.